19세기 말 캐나다 동부에서 활약한 인디언 블랙피트족 지도자 크로푸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밤중에 반짝이는 반딧불. 그것은 한겨울에 들소가 내쉬는 숨소리. 그것은 풀밭을 가로질러 지나가다 저녁노을 속에 묻혀버리는 작은 그림자.”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했던 인디언은 영원과 대비되는 삶의 순간성과 덧없음을 한여름 짧게 살다가는 반딧불, 땅을 가로질러 갔다 이내 사라지는 그림자에 비유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크로푸트는 캐나다 정부와 조약을 맺는 과정에서 실수로 부족의 땅을 양도해 치명적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평생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던 지도자로 유명합니다.
영문학자이자 생태문학가인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인디언의 시선을 보여주는 격언, 연설, 시, 연설문 등을 모아 ‘인디언의 속삭임: 일 년 열두 달 인디언의 지혜와 격언’(세미콜론)을 펴냈습니다. 한 해가 시작돼 저물어가는 자연의 한 사이클에 맞춰 자연과 인간, 생명과 인간, 인간과 인간 관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때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왜곡된 호전적이고 잔인한 원시인이라는 이미지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고 반대로 과장된 정보로 지나치게 신성시되기도 했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인디언들의 세계관, 그것에 기반을 둔 그들의 삶은 우리 앞으로 지금은 이미 사라져버린 많은 것을 데려옵니다.
옛날 인디언들은 친구나 낯선 사람을 만나면 서로 ‘미타쿠에 오야신!(Mitakuye Oyasin)’이라고 인사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서로 연결돼 있다는 뜻입니다. 환경·생명·연대가 구호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이자 일상이었습니다.
미국 남서부 유타주와 애리조나주 등에 걸쳐 살고 있는 나바호족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산맥들 나는 그것의 일부가 된다. 약초와 전나무 나는 그것의 일부가 된다. 아침 안개 구름 점점 모이는 물 나는 그것들의 일부가 된다. 황야 이슬방울 꽃가루 나는 그것들의 일부가 된다.” 광대한 자연 안에서 그 일부가 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유트족 인디언의 금언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나는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나는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옆에서 걸으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권력과 경쟁을 떠나 나란히 걷는 관계, 참 아름답습니다.
인디언 추장 빅 클라우드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세상 또한 우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을 주고, 슬픔을 발견하는 사람에게는 슬픔을 준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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