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한연 옮김 / 민음사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희망난민’을 통해 격차 사회에서 불투명한 미래에 현혹되기보다는 작은 일상에 만족하며 행복을 찾으려는 젊은 세대를 진단해 국내에서도 공감을 얻었던 젊은 일본 사회학자가 이번에는 양육 문제에 눈을 돌렸다. 그의 결론을 정리하면 제목 그대로이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양육의 모든 책임과 부담을 가족, 부모, 특히 엄마에게 떠안기지 말고 국가가 나서라는 것이다. 그래야 일본 사회의 양대 문제인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결혼할 계획도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는 30대 젊은 학자가 육아 문제에 뛰어든 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여기에 일본 사회의 미래와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은 그대로 우리 마음을 가격한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고령화는 급격하게 진행되는 데다 사교육비로 아이를 키우는 데에 개인의 삶이 저당 잡힌 한국 사회에 상당한 울림을 안긴다.
게다가 일본 아빠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 시간에 시달리며 육아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데 이 역시 우리 현실과 겹친다. 모두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문제라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모든 육아 책임을 엄마에게 떠넘기고 모른 척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고액의 출산·육아 비용, 등록하기 힘든 보육원, 부족한 육아 지원금, 육아하기 쉽지 않은 노동환경, 엄마에게 비정상적일 정도로 냉엄한 사회 시선…. 일본의 현실은 완벽하게 아이를 줄이고 싶은 나라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현실이 ‘아이보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많은 상황’이다. 육아가 힘드니 아이 대신 고양이를 키우는 쪽이 편하고 즐거울 수밖에 없다. 일본 반려동물사료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로 양육되는 고양이 수는 전국적으로 1000만 마리에 이른다. 강아지까지 합친다면 약 2000만 마리로 15세 미만 아동 수가 1617만 명이니 아동보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많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저자는 책에서 모성본능, 완전 수유에 대한 잘못된 인식, 3세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다는 3세 신화 등을 차례로 반박하며 오히려 육아의 책임을 지나치게 엄마 개인에게 떠넘기다 보니 그 그늘 아래 아동 폭력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저자는 일본 젊은이들의 초식화, 즉 초식남들이 점점 성욕이 없어지기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고, 결국 일본을 망하게 한다는 기성세대들의 주장도 흥미롭게 반박했다. 일본 성교육협회 조사에 따르면 요즘 일본 대학생의 섹스 경험률은 2005년에 비해 떨어졌지만 버블 경제가 시작되던 1980년대 후반보다 훨씬 높다. 1987년 남자 대학생의 섹스 경험률은 46.5%, 그 이전인 1981년에는 32.6%, 1974년에 이르면 23.1%에 불과했다. 저출산은 초식남의 낮은 성욕 때문이 아니라 육아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바뀌지 않는 환경 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저자의 종착점은 육아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 구체적 정책으로는 보육원의 의무교육화다. 양질의 영유아 교육을 받은 아이는 어른이 됐을 때 높은 수입과 낮은 범죄율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양질의 의무교육은 저출산 해소뿐 아니라 사회의 전체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린다고 봤다. 육아 과정에서 생기는 부모의 스트레스를 덜어줌으로써 가정의 분위기는 더 화목해지고 오히려 집 안에서 발생하는 아동 대상 폭력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봤다. 소득 격차가 심한 저성장 시대에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도 모든 아동이 윤택한 보육 환경에서 교육받고 공평하게 사회적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인상적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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