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변화의 근원이 뭔지 압니까?”

아베가 아소에게 물었다. 오후 6시 반, 총리관저 안 응접실에는 아베와 아소, 총리실 정보책 도쿠가와까지 셋이 둘러앉았다. 일본 최고위층의 비밀회의인 셈이다. 셋은 방금 평양에서 방송된 이른바 ‘석 달 참기’ 운동 테이프를 세 번째 봤다. 아소는 잠자코 시선만 주었고 아베가 말을 이었다.

“김동일 한 놈의 변심이 한민족 7500만의 운명을 바꿔 놓은 겁니다.”

“8000만이오.”

잠자코 TV 화면을 응시하던 아소가 말했다. TV에는 군인들이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는 장면이 비치고 있었지만 화면을 정지해 놔서 사진 같았다. 아소가 말을 이었다.

“남북한 7500만에 해외의 한국인까지 합하면 8000만이 넘지.”

“내가 숫자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오.”

아베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김동일이 이 정도로 미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려는 겁니다.”

“3대째 내려오니까 권력에 대한 집착이 흐려진 모양입니다.”

아소가 말을 맞췄을 때 아베가 시선을 도쿠가와에게 옮겼다.

“이번 최아무개의 ‘평양선언’ 효과가 어떨 것 같나?”

“핵폭탄급입니다.”

매사에 신중한 도쿠가와가 좀처럼 쓰지 않는 표현을 했다. 둘의 시선을 받은 도쿠가와가 말을 이었다.

“민노총위원장 출신 최만철의 평양선언은 한국의 노조, 기업 전반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습니다. 너희가 먼저 ‘새바람’으로 변하지 않으면 석 달 후에 붕괴할 것이라는 선전포고였습니다.”

그때 아소가 물었다.

“한국 측 반응은? 여론조사 결과는?”

“없습니다.”

대번에 대답한 도쿠가와가 두 거두(巨頭)를 차례로 봤다.

“조사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만일 잘못된 보도를 했다가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테니까요.”

“…….”

“한국 국민도 최만철의 선언에 압도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

“그렇게 ‘함께’ 나간다는 공감대가 급작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참다못한 아베가 다시 혼잣소리처럼 투덜거렸다.

“서동수가 차기를 김동일에게 넘긴다는 소문이 더 확실해졌겠군.”

그러자 머리를 끄덕인 아소가 말했다.

“그러고 보면 김동일이 권력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참을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아소가 눈을 좁혀 뜨고 아베를 보았다.

“교활하고 말이오.”

“중국이 핵 폐기를 내걸고 남북한을 압박한 것이 쇼라는 게 사실인가?”

다시 아베가 도쿠가와에게 물었다. 서동수가 시진핑의 밀사를 만났다는 소문이 돌더니 고정규가 바로 역소문을 퍼뜨렸다. 중국 측에서 양측에 긍정도 부정도 안 해주는 바람에 북한의 핵 폐기 문제는 허공에 뜬 상태가 됐다. 둘의 시선을 받은 도쿠가와가 입을 열었다.

“핵 폐기를 압박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그것이 오히려 남북한을 결속하는 계기가 되자 내부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대화 창구를 만들어 놓으려는 작전 같습니다.”

아베와 아소가 서로 얼굴을 봤다. 둘도 가끔 그런 공작을 해 왔던 것이다. 중국이 그런 공작을 모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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