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안보와 경제가 모든 힘든 상황”이라며 ‘비상시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전적으로 옳은 판단이다. “국민들의 단결과 정치권이 합심하지 않으면 복합적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 언급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계속되는 도발, 경주 지진, 한진해운 사태와 노동계 파업 등 동시다발 악재들에 대해 국민 모두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런 비상시국을 거론하며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물론 최근 우병우 파문에 이어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가 불거지면서 뚜렷한 증거도 없이 그 배후로 권력 핵심부를 끌어들이는 등 과도한 측면도 없지 않다. 또 대통령의 한복이나 브로치 문제, 경주 방문 사진에 대한 터무니없는 음해성 보도 등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안타까운 심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다수 국민 사이에서, 또 상식의 기준에서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되면 국민적 단합은 어렵다.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의 본질은 대기업이 단번에 거액을 내놓은 것이다. 대기업들의 출연이 적법했는지, 이 과정에 박 대통령 측근의 부당한 개입은 없었는지, 하루 만에 허가가 난 재단 설립 문서에 조작이나 외압은 없었는지 등에 궁금증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조사하면 쉽게 규명될 내용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근거 없는 부당한 정치공세”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사안”이라며 무관함만 강조해 왔다. 새누리당도 야당이 요구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등 관련 증인 14명 전원의 채택을 거부했다. 정치 공세라면 조사해서 떳떳이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업이 이런 식으로 수백억 원을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피 말리는 글로벌 경쟁에 나선 기업 입장을 생각하면, 정부가 말려야 할 일이다. 특정 기업인이 자발적으로 했다면 ‘배임’일 수도 있다. 진실 규명 요구를 정치 공세로 볼 일은 더욱 아니다. 비상시국 대응과는 별개로 진실 규명은 최대한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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