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을 보면서 제재의 효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제재는 효과가 없으니 대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데 북한이 제재를 피해 가는 데 중국 기업이 있었다. 랴오닝훙샹(遼寧鴻祥)이라는 중국 기업집단이 북한과 은밀한 거래를 계속해 온 사실을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가 밝혀냈다. 미국 법무부가 이 사안과 관련해 중국을 방문했으며, 중국 정부가 이 기업의 자산을 동결하고, 경영자를 체포했다. 랴오닝훙샹은 유엔이 2006년 대북 제재 제1718호를 통해 금지한 이중용도 물품을 중국에 팔았다. 북한의 위조지폐 거래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법적 행위만큼 놀라운 것은 북한과의 거래 규모다. 랴오닝훙샹의 계열사인 단둥훙샹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과 5억 달러 이상의 거래를 했다. 1년에 1억 달러 규모인데, 연 1억 달러로 추산되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임금 수입과 비교하면, 북한의 경제 규모에서 결코 작지 않다.

문제는, 이번에 밝혀진 랴오닝훙샹 외에도 의심 가는 기업 및 개인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2011년 북한에서 미얀마로 미사일 부품을 싣고 가다가 미국 해군과 대치하다가 회항한 MV라이트호, 2013년 파나마에서 나포된 청천강호 등 북한의 무역 네트워크는 전 세계로 뻗어 있다. 또,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러시아 등 20여 나라에 나가 있는 약 5만 명의 북한 해외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 3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번 연구에서 동남아 지역 국가들의 상업 등록 서류, 법원 신고 서류 등을 통해 기왕에 북한 소유로 알려진 39척의 선박으로부터 147척의 선박, 167명의 개인, 248개의 회사가 북한의 해외 무역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데이터베이스가 잘 갖춰져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북한 관련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찾아낼 수 있었는데,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면 더 많은 개인과 기업이 북한과 관련돼 있다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랴오닝훙샹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직접 연관된 물품을 거래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역이라는 합법적인 틀을 통해 정권 유지에 필요한 외화를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북한의 경제는 내수에 바탕을 둔 것도 아니고, 원료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구조도 아니다. 가지고 있는 것을 팔아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그 돈으로 정권을 유지한다. 그러나 유엔 제재 제2270호 이후에도 북한의 무역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8월 들어 북·중 간의 교역은 6억8000만 달러로 증가세이며, 북한에서 중국으로의 수출도 20% 가까이 증가했다.

북한의 광물 수출은 민생 목적인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민생 목적인지 여부는 개별 회원국이 정한다. 중국과 북한 간 광물 거래는 예외와 원칙이 뒤바뀐 듯하다. 광물 수출과 노동력 수출을 막는다면 북한의 외화벌이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폴란드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비자 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제재에 동참했다. 따라서 중국 같은 유엔 회원국이 제재에 적극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외교가 필요하다. 그리고 몰랐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증거를 제시해 압박해야 한다. 제재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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