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대선 6주 전, 막판 뒤집기 가능한가
최근 들어 미국 대선에 관한 전망이 뒤바뀌고 있다. 빠르게 바뀌고 있는 미국의 여론 추세 현황 때문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지난 9월 5일부터 17일 동안 분석한 미국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44%,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44.9%로 두 대선 후보의 지지율 간격이 급격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4일 공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는 트럼프 46%, 클린턴 45%로 트럼프가 1%포인트 앞섰고 17일 발표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남캘리포니아대(USC)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7%로 클린턴을 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트럼프가 경선 후 선거캠프를 개편하고 여러 막말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반면, 클린턴의 경우, 개인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에 대한 논란에 이어 건강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두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막판 뒤집기가 시작된 것인가?
1. 선거예측모델에 의한 전망
선거예측에 관한 분석을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각각 언론매체들이 나름대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선거예측 모델들이 있다. 그중 뉴욕타임스나 파이브서티에잇은 클린턴의 선거 승리 확률을 각각 74%와 56%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정치학자들이 발표한 예측결과가 있다.
이 모델들에 대한 분석은 오는 10월 출간되는 미국의 정치학술지인 ‘정치학과 정치(Political Science & Politics)’에 게재된다. 각 연구팀은 각기 다른 모델과 변수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브루노 제롬 교수 팀의 모델은 각종 주 단위 경제(예컨대 실업률)와 정치적(예컨대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 변수들을 활용하고 있다. 헬무트 노포스 교수는 경선 데이터를 활용하는 모델이다. 연구팀에 따라 모델들이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 결과가 엇갈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12년에는 J 스콧 암스트롱 교수 팀의 모델을 제외하고 모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했고 이것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2008년 대선에서는 로버트 에릭슨, 크리스토퍼 윌라이젠, 브래드 로커비 그리고 앨런 아브라모비츠 교수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이번 대선 결과를 예측하려면 모델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기보다 메타분석을 통해 평균적인 평가를 내려 보면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8개 모델 중 2개 모델은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는 반면 나머지 6개 모델은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여러 변수를 살펴보면 왜 이러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이 최근 발표한 보고내용을 보면 전체적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률, 개인소득 그리고 소비가 지난 1년 가까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낮은 유가와 5% 미만의 실업률 그리고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2008년과 2009년도 대침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황이다.
둘째는 정치적인 배경이다. 민주당 소속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올해 2월 이후 꾸준히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높을수록 여당후보에게 유리하다. 위와 같은 경제와 정치적인 변수들을 살펴보면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이 유리하게 보인다.
2. 당선 예측이 엇갈리는 이유
예측결과들이 엇갈리는 점도 무시할 순 없다. 모델들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과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측한 6개 모델 중 3개의 모델은 신뢰도가 70% 미만이라는 사실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예측 자체가 쉽지 않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모델의 낮은 신뢰도는 여러 이유 때문일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양 후보들에 대한 호감도가 낮기 때문이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이 비슷해도 두 후보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낮은 호감도를 유지하고 있다.
9월에 진행한 모든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클린턴의 평균 비호감도는 56% 정도인 반면 트럼프는 59%이다. 이것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후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결정적으로 작용할 변수는 각 당 소속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율로 보인다. 어느 쪽 유권자들이 어느 규모로 선거에 참여하는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소수 유권자들과 18∼30세 백인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가 이번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3. 구조적 조건은 클린턴이 유리
구조적인 요소를 살펴보면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이 유리하게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는 주별 승자독식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10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조사를 통해 주별 선거인단 표를 배분하여 주마다 다수의 표를 획득하는 후보가 그 주의 모든 선거인단 표를 확보하게 된다. 지난 미국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주마다 선호하는 당이 바뀌지 않는 지역이 있다.
예를 들어 1988년 이후 뉴욕이나 워싱턴 또는 오리곤, 그리고 미네소타주는 한 번도 어김없이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1992년 이후로는 이 주들과 더불어 캘리포니아 그리고 동북부 지역 대부분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다. 반면 텍사스,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다, 네브래스카, 캔자스, 오클라호마, 와이오밍, 아이다호, 유타, 미주리, 앨라배마, 그리고 미시시피 등 12개 주는 1980년 이후 꾸준히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온 지역들이다.
이 모든 주의 여론조사 추이와 역사적인 요인을 감안해볼 때 이번 선거 역시 이 지역은 과거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지역들의 유권자들은 지난 20∼30년간 같은 성향을 유지해 왔고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정치적 또는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정치적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없는 한 같은 당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고 지역별 지지층을 살펴본 후 각 후보의 선거인단 표를 계산해 보면 대선 6주를 남겨놓은 현재 클린턴이 확보하고 있는 선거인단 수는 약 201표이고 트럼프는 164표이다.
4. 클린턴과 트럼프 승리 시나리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총 538개 중 270개의 선거인단 표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의 승산은 결정적으로 남은 경합 주들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달렸다. 뉴욕에서 열리는 대선후보 1차 토론 전야인 25일 현재 주요 경합 주는 약 13개다. 네바다, 콜로라도, 애리조나, 아이오와,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플로리다, 그리고 뉴햄프셔이다.
이 중 클린턴은 미시간, 위스콘신, 버지니아, 콜로라도, 뉴햄프셔,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등 5개 주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선거날까지 바뀌지 않는다면 클린턴의 총 선거인단 표가 273개로 클린턴이 승리하게 된다.
이외에도 클린턴이 이번 선거에서 270개의 선거인단 표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오하이오, 버지니아, 그리고 플로리다를 트럼프에게 빼앗긴다 해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콜로라도, 네바다, 뉴햄프셔 그리고 아이오와나 애리조나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270표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경우 주요 경합 주인 플로리다, 오하이오에서 다수표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승산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최근 들어 모든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아이오와, 오하이오, 애리조나, 조지아, 플로리다 그리고 네바다는 50대 50으로 양쪽 후보 누구에게나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공화당 후보가 미시간이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선거인단 표를 확보한 경우는 1988년이 마지막이다. 주요 경합 주인 플로리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또는 버지니아가 트럼프에게 넘어간다 해도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쉽게 말해서 이번 선거에서 클린턴이 승자로 남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더 많다. 그만큼 트럼프가 넘어야 할 장벽은 비교적으로 높다.
5. 여론조사 신뢰도와 숨은 표 문제
다음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슈는 미국 여론조사의 신뢰에 관한 문제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투표 이후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숨겨진 표가 있다는 점을 트럼프 선거 캠프가 지적했다. 그러나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과는 다르다. 만약 숨겨진 표가 있다면 온라인 여론조사와 유선 여론조사 결과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 이유는 유선 여론조사의 경우 응답자가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답을 하는 경우가 온라인 조사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는 온라인상과 유선상에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 대선과 관련된 여론조사는 다르다. 지난 8월 25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대선후보들에 대한 여론지지율은 유선과 온라인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숨겨진 표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 보도되고 있는 여론조사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을 앞두고 선거와 관련된 중대한 행사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 대선 토론에서 두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어떠한 이미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이번 선거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대선 토론이 큰 변수로 작용한 경우는 드물지만 토론 결과에 따라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선거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와 사회 그리고 국가 안보 현황도 지켜봐야 한다. 최근 미네소타와 뉴욕에서 일어난 테러 행위나 오클라호마 총기 사건은 민주당과 클린턴에게 어려운 문제로 남을 것이다. 이 외에 사회·정치적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있다면 유권자들의 마음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교수·제임스 김 아산정책硏 워싱턴사무소장 기고
① 트럼프, 누가 왜 지지하나 (7월 18일 9면 참조)
② 클린턴이 넘어야 할 장벽 (7월 25일 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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