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 위해
내년 시험발사는 연기 건의
2012년 나로호 발사 연기도
사소한 오류 안놓치고 ‘결단’
발사체 보유는 10개國 불과
한국, 15년만에 급격한 발전
달탐사 프로젝트도 계획대로
北 80t급 엔진실험 했다지만
우리 기술과 큰 차이는 없어
오는 2020년 전후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이정표가 될 이벤트들이 줄지어 있다. 일정대로 착착 진행된다면 2019년 한국형발사체 본발사가 이뤄지고, 2020년에는 달 탐사선이 한국을 떠나 달에 착륙하게 된다. 2021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갖춘 다목적 실용위성 7호가 우주로 발사된다.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가 5년 안에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는 것이다. 이 모든 이벤트의 중심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있다. 최근 스페이스X 팰컨9 로켓 폭발 사고에서 보듯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우주개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개척하고 있는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지난 21일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만나 우주개발 진행 상황 등을 들어봤다.
“어 이게 뭐지?”
2012년 11월 29일 고흥나로우주센터. 모두 긴장하고 있던 순간, 한 연구원이 스치듯 말했다. 조광래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이 ‘무슨 일이냐’고 이유를 물었다.
“전류가 약간 더 흐릅니다.”
“발사 중지.”
온 국민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나로호를 기대하고 있을 때 조 단장은 발사 중지를 결정했다. 발사를 중단시킨 건 연구원의 ‘어 이게 뭐지?’ 한마디였다.
“허무했죠. 하지만 러시아 연구원들은 틈만 나면 얘기합니다. ‘발사 실패는 오래 기억하지만, 발사 연기는 기억하지 않는다’고요. 서둘러 발사를 강행하는 것보다 더 완벽하게 준비해 발사하는 게 낫다는 뜻이죠.”
조 원장은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매우 힘든 결정의 순간으로 회고했다. 조 원장은 인터뷰 내내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거나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는 일’이라며 무리하게 일정을 서두르는 일을 경계했다. 항우연이 내년 말 예정된 한국형발사체 시험 발사 일정 연기를 정부에 건의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최근 스페이스X 폭발 사고처럼 우주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어렵죠. 더구나 우리나라는 늦게 시작했잖아요.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세운 게 1996년이니까요. 발사체는 2002년 나로호가 처음이니까 역사가 15년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 사이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지금 발사체를 개발하는 나라가 10개 정도밖에 안 돼요.”
―우리 기술로 개발하는 한국형 발사체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습니까. 지난 7월에는 75t 엔진 145초 연소실험도 성공했는데….
“액체 엔진 개발은 어느 정도 기술적 고비는 넘었습니다. 지금까지 1호기로 실험했는데, 10월 초에 2호기가 나옵니다. 2호기를 고흥나로우주센터에 장착해 10월 말부터는 다시 연소실험을 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3호기, 4호기를 계속 만들어 엔진 신뢰도를 높이게 됩니다. 1호기는 지난 7월 145초 연소에 성공한 이후에도 ‘탈설계점(off-design point)’ 실험을 계속했어요. 압력이나 연료산화제 혼합비 같은 조건에 변화를 줘서 계속 실험하는 거죠. 우주에서 우리가 설계한 조건대로만 날아갈 수는 없으니 실험을 해보는 거죠. 지금까지는 별문제 없이 진행됐습니다.”
항우연은 발사체 개발 초기 엔진 불완전 연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연료탱크 용접 불량 문제도 있었다. 이래저래 처음 예상보다 1년가량 개발 시간이 차질을 빚은 것이다.
―시험발사 일정을 늦춰야 한다고 정부에 보고했는데, 확정됐나요.
“지난 6월 말 보고했습니다. 지금은 정부 차원에서 항우연 보고에 대해 점검하고 있고요.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연기 여부를 결정합니다. 기술적 난제들이 생각보다 쉽게 안 풀렸고,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20년 달 탐사선은 한국형발사체로 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도 연쇄적으로 밀리겠군요.
“아닙니다. 연기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내년 말 예정된 한국형발사체 시험발사고, 2019년 본발사는 예정대로 가능합니다. 물론 미래 일을 100%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개발 일정상 본발사는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따라서 달 탐사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
―시험발사가 늦춰지는데 본발사는 늦춰지지 않는다는 게 선뜻 이해가 안 됩니다만.
“시험발사와 본발사 사이에 개발 과정상 여유를 좀 뒀기 때문에 시험발사가 연기되더라도 본발사 일정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달 탐사 프로젝트도 관심이 높습니다. 박근혜정부 공약으로 2018년에 달 궤도 탐사선을 발사하고, 2020년에는 달 착륙을 시도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올해는 사실 개발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달 탐사 부분은 인공위성 기술하고 많이 비슷합니다. 70∼80%는 기술이 중복되거든요. 우리는 그동안 위성을 개발한 경험이 많으니까 도움이 많이 되죠.”
인터뷰가 이뤄진 날 하루 전 북한이 80t급 엔진 200초 연소실험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시험할 때마다 우리 수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더구나 북한은 200초다 이러니까 우리보다 굉장히 앞선 기술을 가진 듯하기도 하고요.
“7월에 우리도 75t 엔진 145초 연소실험에 성공했습니다.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200초라는 건 그다지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니에요. 우리 1호기의 누적 연소실험 시간은 350초나 됩니다.”
그의 말은 145초 실험한 것이 한국형발사체가 실제 비행할 때 단 분리 과정에서 75t 로켓 연소 시간을 감안한 것이지 성능을 결정하는 숫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10월 10일 북한 노동당창건기념일에 맞춰 발사한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우리 개발 일정과 비교하면 거기는 신속하게 진행되는 거 아닌가요.
“실험한 엔진으로 쏘는 건 불가능해요. 다른 미사일이면 몰라도. 그리고 일정에 맞춰 발사하려면 벌써 발사대에 있어야 합니다. 모르죠. 워낙 베일에 가려 있으니 어디에 숨겨 놨을지도…. 하지만 이번에 실험 성공한 엔진을 이용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가능성이 낮습니다.”
―우주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발사체인가요.
“맞습니다. 발사체는 기술력을 보유하기까지 굉장히 힘듭니다. 기술적으로 위험도도 높고요. 인공위성과 발사체를 각각 보유한 각국 역사를 살펴봐도 발사체 쪽이 투자나 희생을 많이 치릅니다. 폭발이 일어나 알토란 같은 연구인력이 죽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이중용도 기술이란 점에서 경계(警戒)가 심해요. 우주발사체일 수도 있지만, 미사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기술 협력이나 이전이 거의 안 되는 이유죠. 그렇더라도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기술입니다. 우주에 도달하는 수단이란 측면에서 보면 꼭 가져야 해요.”
―국민의 큰 기대가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적인 응원과 기대는 감사할 뿐이죠. 다만 기술 개발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연소 불안정 문제 등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느라 시간이 지체됐잖아요. 고속도로에서 정체돼 시간이 지체됐다고 시속 200∼300㎞씩 달릴 수는 없잖아요. 연구진도 국민적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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