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26일 ‘빚 탕감’ 대책을 또 내놨다. 2년 새 세번째다. 국민행복기금에서 채무조정을 받는 사람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중증 장애인 외에 일반 채무자도 사실상 빚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원금 경감 한도를 최대 90%까지 늘려준다는 게 요체다. 적용 대상은 약 10만 명이다. 국민행복기금은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2013년 3월 시행된 제도다.

‘빚 족쇄’를 풀어줘 서민에게 패자부활전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 문제는 너무 잦은 데다, 그 대상도 취약 계층에서 일반 채무자로까지 슬금슬금 확대된다는 점이다. 수혜자도 적고 소액 채무자라고 해서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된다. 규모에 상관없이 잦은 부채 탕감은 “빚을 갚지 않아도 나라가 대신 갚아 주겠지” 하는 모럴해저드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우리는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있지 않던가. 이틀 전 발표된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도 그 심각성이 임계점을 넘었음을 경고한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8.8%로, 그 증가 폭이 주요 42개국 중 3번째로 크다. 성실하게 빚을 갚는 ‘정상’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정권 말일수록 인기영합 정책의 유혹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도(正道)를 걷는 정부라면 포퓰리즘 정책을 멀리해야 한다. 그 비용이 대부분 혈세로 메워지는 만큼 후유증이 크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박 정부는 더 이상 무분별한 빚 경감 정책을 남발해선 안 된다. 여건이 어렵더라도 되도록 빚을 지지 않되,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리게 되면 자신이 벌어 직접 갚는 게 순리(順理)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