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노래를 알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로 자리 잡은 이승철이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감은 소박했다. 충분히 우쭐할 만한 상황과 위치지만, 오히려 그는 몸을 낮추며 겸손함을 보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무겁게 느껴졌다.

“딸아이가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30년이면 10680년이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숫자였다. 10000일이 넘어가니 노래와 인간관계에 대해 느껴지는 것들이 많다. 올해 딱 50세다. 이제는 조금 노래를 알 것 같다.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음악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지만, 이승철은 3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행보였으리라. 과연 30년간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 살아보며 그의 기억에 가장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순간은 언제일까.

“LP판 시절에 데뷔했다. 그리고 CD와 음원 시대에 왔다. 저희 때는 노래 하나를 잘해도 스타가 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글로벌 스타를 원하는 듯하다. 30년 동안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부활의 첫 콘서트, 솔로 데뷔, 제 아이가 태어났을 때다.”

이승철은 현재 ‘무궁화삼천리 모두 모여랏!’이라는 제목으로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공연 실황은 DVD로 제작되기도 했다. 상업적 이유는 아니다. 발매와 동시에 무료로 콘서트 영상이 공개된다. 그의 노래를 더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콘서트에 오지 못한 관객들과 함께한다는 뜻이다. 울릉도, 마라도, 강원도 태백 등을 찾아가 무료 콘서트를 병행할 계획이기 때문에 ‘무궁화삼천리’라는 제목을 지었다.”

얼굴에 채 여드름이 가시지 않은 풋풋한 나이에 데뷔한 그는 어느덧 50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나이를 먹지 않았다. 한결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을까?

“1주일에 한 번씩 콘서트를 하는 것이 제 컨디션의 비결인 듯하다. 연간 6개월 동안 1주일에 한 번 공연한다. 2주만 쉬어도 감각이 떨어지는데 1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공연하는 자체가 소리 유지의 비결이다. 목소리가 다하는 그날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가고 싶다. 그게 마지막 꿈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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