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희 세종시장
세종시 건설 주도적으로 설계
완성된 시티 아닌 진행형 도시
KTX 세종역·고속道 건설땐
‘교류와 소통 플랫폼’ 될 것
市의 농산물, 시민들이 소비
‘로컬푸드 운동’ 가시적 성과
구도심 기반시설 ‘도시재생’
주민 정착시켜 조치원 살릴것
도시계획권 등 지자체 이관을
관련법 개정 조속히 이뤄져야
1일 세종특별자치시를 향해 떠나는 기차 안에서 다시 한 번 인터뷰 자료를 읽어보았다. 지난해 만나지 못했던 이춘희 세종시장의 프로필도 새로 눈에 익혔다. 흔히 공무원들의 도시로 불리는 세종시는 기구한 운명을 겪으며 탄생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수도 이전론부터 시작해 위헌결정이 난 뒤 최종적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란 절충의 형태로 귀결이 된 것. 이명박정부 때 원안 고수와 수정의 부침을 또다시 겪은 끝에 출발한 세종시는 이 시장을 빼고는 처음과 끝을 논하기 어렵다. ‘노무현 맨’ ‘세종 맨’으로 지칭해도 될 만큼 그는 세종시의 탄생과 우여곡절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고, 선출직으로 2년 남짓 봉사 중인 현재도 완성을 위해 뛰고 있는 기획자, 도시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세종시를 설계한 당사자이신데, 그림을 직접 그리고 자기 손으로 실행 운영까지 해보니 어떤가. 설계대로 된 것에 대한 만족감과 부족한 부분도 있을 텐데.
“두 가지 다 공존한다. 큰 틀에서는 시민들이 만족한다는 생각이다. 우선은 도시가 친환경적으로 설계돼 있다. 신도시 전체 면적 중 개발 50%, 보존 50%다. 녹지 비율이 52.4%다. 스마트 도시 개념을 접목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부분이 잘돼 있고, 대중교통 중심도시를 만드는 목표도 큰 틀에서 시민들이 동의하고 있다. 도시를 설계할 때 전통적인 시골 마을의 커뮤니티 개념(TND·전통근린주거계획)을 되살리고자 했는데, 아주 성공적이다. 아쉬운 것은 당시 도시민 미래의 삶을 담아내야 하는데, 상상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10년 전 계획가들의 생각들로 도시가 만들어졌는데 미래는 항상 달라지니까 거기서 격차가 나타날 수 있는데, 미세 조정해 나갈 부분이다. 또 하나는, 이명박정부 들어 세종시 수정론 때문에 도시 인프라 시설들이 2~4년 늦어져 버렸다. 이 도시에 아직 종합운동장, 대형 공연장이 없다.”
―세종시가 ‘공무원의 갈라파고스 섬’이 됐다는 여론의 비판이 있다.
“언론에서 ‘공무원들이 세종시 내려가더니 세상 물정 모르고 세상과 담쌓고 산다’고 한다. 세종시는 현재 완성된 도시가 아니라 진행형 도시다. 청와대 제2집무실, 국회 분원 등이 설치되고 세종~서울 고속도로, KTX 세종역이 건설된다면 세종시에 대한 비판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서울 사정은 알았지만 지방 사정은 잘 몰랐다. 세종시란 곳을 하나의 성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고, ‘플랫폼’이 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만 보지 말고 지방도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선 세종시 기반을 구축했다. 정부에 지속적인 건의를 통해 최근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정부청사관리소 등의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을 완료했다. 또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건설이 확정됐고, 우리 시 인구가 23만 명을 돌파하고 예산도 1조 원을 넘는 등 행·재정적 기반을 확충했다.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한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의 37개 사업이 차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고, 세종형 로컬푸드 운동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출범 5년차인 세종시는 외형적으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행복도시가 돼가고 있다. 앞으로 2단계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더 좋은 도시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세종시의 도시계획 원리 중 하나가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를 가깝게 배치하는 도시계획 기법)인데, 시장님 집은 왜 조치원에 있나.
“세종시에는 신도시만 있는 게 아니라 구도심과 농촌이 같이 있는 도시다.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만드는 도시라면서 세종시 안의 불균형 문제에 대해 내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나? 농촌문제는 로컬푸드 운동으로 풀고 있다. 세종시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세종시민들이 소비하는 운동, 농민들에게는 소득이 창출되고 도시민들에게는 건강한 식재료를 공급해 주면서 양자가 하나의 도시민으로 살아가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조치원은 아주 낙후된 도시기반 시설을 도시재생을 통해 되살리는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로 풀고 있다. 옛날에는 재개발 재건축하면 결국 거기 주민들이 다 쫓겨나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주민들을 거기 정착시키는 도시재생 방식으로 조치원을 되살린다는 것이다.”
―중앙부처 차관 출신의 민선 단체장 시각에서 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관계와 자치권의 범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지.
“지방자치 부활 21년을 맞고 있지만 오히려 과거에 비해 더 중앙집권적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앙정부가 모든 걸 통제하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더 의존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주재정권 등 3가지가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로, 이제 지방자치도 성년을 넘어섰기 때문에 달라져야 한다. 특히 가장 시급한 것이 자주재정권으로 국세와 지방세 간 세입 불균형이다. 지방분권은 헌법에 명시해 헌법적 가치로 삼을 필요가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있는 도시계획권 등 관련 업무의 세종시 이관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유는.
“중앙 기관 이전 마무리와 인구 급증으로 국가사무 수요는 축소되는 반면 지방사무 수요는 폭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건설청이 도시계획, 건축 및 주택 관련 사무 등 14개 고유 자치사무를 관할하고 있는 등 자치사무에 얽매여, 본연의 역할인 국비 확보 등 자족기능 확충 성과는 미흡한 상황이다. 세종시 정상 건설이 제도적으로 보완되고, 시민의 자치권이 더욱 향상될 수 있도록 역할 재정립 등을 포함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인터뷰 = 윤경준 한성大 교수·노성열 전국부장 nosr@munhwa.com
정리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프로필>
이춘희(60) 시장은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세종시의 설계자로 불린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권오규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추천으로 2003년 초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지원단장에 발탁되면서 세종시와 운명적인 인연을 맺었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후속대책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법이 2005년 3월 국회를 통과하고, 행복도시건설청 초대 청장으로 일하면서 2006년 11월 건교부 차관으로 영전하기까지 만 4년간을 세종시 입지선정, 도시계획, 토지보상 등 전 과정을 실무적으로 기획 총괄했다.
△건설교통부 고속철도건설기획단장 △청와대 건설교통비서관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지원단장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제5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제12대 건설교통부 차관 △새만금 군산경제자유구역청장 △제2대 세종특별자치시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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