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공간’으로 조성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의 한 모습.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공간의 이름은 라틴어로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명상센터로 구상됐다.  박경일 기자 parking@
‘명상의 공간’으로 조성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의 한 모습.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공간의 이름은 라틴어로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명상센터로 구상됐다. 박경일 기자 parking@

(8) 명상의 근본태도 12가지 - 中

지난 회에는 치유명상을 함에 있어 필요한 12가지 근본태도 중 세 가지를 먼저 알아봤다. “보는 관점을 바꿔라” “판단하지 말라” “인내심을 가져라”는 것이었다. 윤종모(사진)성공회 주교는 “어떤 주제를 명상하고 어떤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명상에 대한 근본태도가 형성된 사람은 올바르게 깨닫고 치유를 경험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오랜 명상수련을 통해서도 바르게 깨닫지 못하고 마음의 평화와 치유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사실 이 같은 근본태도는 죽을 때까지 수련하고 깨달아야 하는 심오한 내용이라고 윤 주교는 강조한다. 언제까지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주제라는 것이다. 지난 회에 이어 명상의 근본태도를 들어봤다.

◇자신을 신뢰하라 = “명상수련에서 자신을 신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은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 생각 등을 소중히 여깁니다. 이것들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지 마세요.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우월감과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 없이 그냥 자신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신뢰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모방해 의미도 모르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개성 있는 자신의 존재를 형성해 갑니다. 자신을 신뢰하면 잠재력이 크게 향상되고 명상을 비롯해 모든 일에서 성취도가 높습니다.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신뢰하게 됩니다. 정신과 의사 토머스 해리스가 말한 ‘자기 긍정-타인 긍정’(I’m OK, You’re OK)의 건전한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라 = “우리는 명상을 할 때 뭔가 기대하는 것이 있습니다. 마음의 평화나 깨달음, 어떤 초자연적인 능력을 얻고 싶다든지, 두통을 없애고 싶다든지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명상할 때 이런 기대는 당연한 일입니다만, 안간힘을 쓰면서 꼭 이뤄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의 평화는 오지 않습니다. 영성치유 수련회라든지 기독교의 피정에 다녀온 사람들이 여전히 판단하고,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이전보다 더욱 작위(作爲)적으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모습을 보고 저는 의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작위를 피하면서 물 흐르듯이 바라보는 훈련을 하지 않고 강박적으로 어떤 성취를 얻으려고 애썼기 때문입니다. 노자는 모든 일에서 작위를 피하고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깨닫는 것이 도의 근본이라고 가르칩니다. 이것은 명상수련에서 매우 중요한 태도입니다.”

◇수용하라 = “어떤 일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비록 그것이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일지라도 치유에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암 선고를 받았다든지, 사랑하는 사람을 사고로 잃었다든지 하는 슬픈 일을 당하면 부정하거나 분노를 터트리거나 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부정하거나 저항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다 보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이 고갈되기 쉽습니다. 긍정적으로 변하려는 힘이 고갈되면 치유와 성장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수용한다는 것은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나’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자연의 섭리 가운데서 사물을 본다는 뜻입니다. 받아들이는 태도를 몸에 익히는 것은 치유의 길이며 지혜를 키우는 길입니다. 물론 이것은 변화와 성장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거나 인정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집착하지 말고 내려놓으라=“어떤 사람은 일중독에 빠져 자신을 지치게 만들고 가족을 불행하게 합니다. 어떤 사람은 원한을 버리지 못해 자신의 심장을 갉아먹게 해서 마음이 황폐해집니다. 과거의 실수에 대한 죄책감을 버리지 못해 알코올의존증에 걸린 사람, 성폭력을 당한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해 우울증 환자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쏟아부을 에너지가 고갈돼 인생의 패배자가 되기 쉽습니다. 이런 사람은 치유를 통해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짐을 내려놔야 합니다. 상처뿐 아니라 돈, 명예, 애정, 권력 등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착에서 벗어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은 치유명상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명상하는 사람이 내려놔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집착입니다. 고통과 번뇌는 모두 거기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의미를 추구하라 = “바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앉아서 눈을 감고 내면의 자아를 바라보노라면 깨달음과 감동과 황홀함의 신비스러운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명상이란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깨달음을 얻는 데는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왜 사는지, 왜 이 일을 하는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긴 하지만 그 의미가 뭔지, 마음의 고요 속에서 한번 살펴보십시오. 어떤 주제든 괜찮습니다. 의미를 살펴보는 습관을 기르십시오. 명상의 대가들은 의미를 살펴보다 깨달음을 얻으면 ‘시원하다’고 합니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가하다’고 했고, 예수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했습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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