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에서 임직원들이 ‘KT 그룹 인프라를 활용한 그룹 상품 판매 시너지 방안’이라는 주제로 1등 워크숍을 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에서 임직원들이 ‘KT 그룹 인프라를 활용한 그룹 상품 판매 시너지 방안’이라는 주제로 1등 워크숍을 하고 있다.

- ⑭ KT ‘격의없는 소통’

매월 1회 부서간 ‘소통미팅’
회사 전략·경영방향 등 공유

16년째 운영중인 ‘블루보드’
각 조직대표하는 청년리더들
직원들 목소리 경영진에 전달


지난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만큼 화제가 됐던 것이 관전을 위해 방한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의 소탈한 모습이었다. 그는 방한 이틀간의 모든 일정을 트레이닝복과 패딩 차림으로 소화했다. 호텔 복도에 서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그는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이름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그의 격의 없는 태도 자체를 경영행위로 파악하고 있다. 이미 공룡 기업이 돼 버린 구글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자유로운 기업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대기업들도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유로운 문화와 격의 없는 소통이 창의력 넘치는 강한 기업을 만든다.

지난 6일 KT 광화문 사옥에서는 KT 그룹의 주요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상무 6명과 신입사원 5명이 모여 오후 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펼쳤다. 주제는 ‘KT 그룹 인프라를 활용한 그룹상품 판매 시너지 방안’이었다.

온종일 진행된 토론에서는 직급과 소속을 초월해 임원과 신입사원들 간의 격의 없는 소통이 이뤄졌다. 이날 토론을 통해 15개의 아이디어가 도출됐으며 그중 2개의 주제에 대해서는 현재 소속 부서에서 세부적 사안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KT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소통문화 ‘1등 워크숍’이다. 회사 내의 허들을 제거하는 주제부터 시작해 새로운 아이디어 발산까지, 서로 다른 부서, 서로 다른 직원들이 모여서 끝장토론을 펼치는 문화다.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1등 워크숍은 KT 그룹만의 혁신 경영을 위한 플랫폼이다. 특히 1등 워크숍은 KT는 물론 비씨카드, 스카이라이프 등 그룹사들까지 참여해 부서 간, 그룹사 간 얽혀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창출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등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1등 워크숍에서는 직급과 부서에 얽매이지 않고 소위 ‘계급장을 떼고’, 1박 2일 동안 ‘끝장토론’을 진행한다. 결과물에 대해서는 실행 여부를 해당 임원(스폰서 임원)이 그 자리에서 결정해 명쾌하게 결론까지 내리는 것이 특징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관련 팀·그룹사들의 담당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토론을 벌이기 때문에 부서나 회사 간 얽혀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통(通)’으로 대표되는 KT의 기업문화 실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소통미팅도 있다. 소통미팅은 매월 1회 부서 직원들이 모두 모여 그달 회사의 경영방향과 부서 내 공유거리를 나누고 공감하는 자리이다. 작게는 팀별로, 크게는 부문 단위로 모여 진행되는 소통미팅은 2010년 10월부터 시작돼 7년째 이어져오면서 부서 내 소통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KT 내부에서는 이 시간을 통해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방향을 알기 쉽게 공감함으로써 그룹 전체의 일을 ‘우리 부서의 일’ ‘나의 일’로 재인식하고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KT가 임직원들과 1등 워크숍 성과를 공유하는 모습.
KT가 임직원들과 1등 워크숍 성과를 공유하는 모습.

KT 관계자는 “‘KT의 기업문화가 뭔가’라고 물어보면 ‘정(情)’이라고 대답하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직원들이 회사를 딱딱하고 차가운 업무를 보는 곳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동료들, 고객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정이 남아있는 ‘일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KT의 기업문화를 잘 반영하는 것이 바로 소통미팅”이라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과 경영진의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한 ‘블루보드’는 소통을 중시하는 KT 기업문화의 또 다른 축이다. 2001년부터 16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블루보드는 각 조직을 대표하는 청년 대표들의 모임으로 현안에 대한 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봉사활동, 신입사원 멘토링, 그룹사 탐방 등 매월 정기적인 활동을 펼치고 격월로 열리는 ‘정기회의’를 통해 경영진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가진다.

이 자리를 통해 청년리더들은 회사에 대한 고민과 문제점들을 경영진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회사 내 개선이 필요한 문제나 건의하고 싶은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방안 및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고 이를 해당 조직에 건의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블루보드를 거쳐 간 많은 KT의 젊은 직원이 이제는 어엿한 팀장으로, 상무로, 혹은 그룹사의 사장으로 성장해 ‘의사결정자’로서 다시 젊은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실천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강한 소통 문화의 유지와 강화를 주문하며 최근 전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KT만의 강한 기업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 있는 추진력뿐 아니라, 부서들이 목표와 전략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KT가 고객과 사업을 보는 시각, 시장에서 싸우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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