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8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를 방문해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 사진) 미국이 제3국들에 북한 고려항공의 기착 제한 조치를 취한 가운데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 기착한 고려항공의 승무원으로 보이는 이가 밖을 살피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AP연합뉴스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8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를 방문해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 사진) 미국이 제3국들에 북한 고려항공의 기착 제한 조치를 취한 가운데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 기착한 고려항공의 승무원으로 보이는 이가 밖을 살피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AP연합뉴스
- ‘초강력 北제재’ 의미·배경

북핵, 美핵심이익 침해 판단
‘전략적 인내’서 강경책 선회

‘세컨더리 보이콧’식 제재에
관계단절 이례적 공개 요청
외교·경제망 전면봉쇄 나서

ICBM실험땐 최후카드 검토
도발계속 김정은에 강력경고


미국이 각국 정부에 대북 외교·경제관계 단절 및 격하를 요청하고 단둥훙샹실업발전 이외의 다른 중국 기업과 북한 고려항공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은 북한의 핵 위협이 전략적 인내의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외교·경제관계 차단에까지 나선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김정은 정권에 대한 고사(枯死)작전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반발과 추가 도발 여부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미국의 1994년 북한 핵시설 정밀타격 검토 이후 최대 위기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태다.

29일 정부는 미국의 초강경 대북 압박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면서 북한 군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이 각국 정부에 북한과 외교 및 경제관계를 단절하거나 격하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1월 6일 4차와 9월 9일 5차 등 연쇄 핵실험에 따라 제재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관계단절 요청은 과거 이란과 쿠바에 대해서도 취하지 않았던 조치들이다.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니얼 프라이드 미 국무부의 제재담당 조정관이 단둥훙샹실업발전 이외에 다른 중국 기업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언급해 미국의 대북 압박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대북제재 동참을 요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 미국이 북한의 국영항공인 고려항공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한 것은 북한의 손발을 묶는 고립화 정책으로 김정은 체제를 흔들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 그동안 취했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접고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해 일단 군사적 대응카드를 제외한 모든 수단과 방안을 동원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김정은을 향해 정권교체(레짐 체인지)를 각오하든지 아니면 핵포기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대북제재에 저항하면서 핵미사일 위협 도발로 맞설 경우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예측불허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1994년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 영변 핵시설 정밀 타격 계획 검토가 김영삼 대통령의 만류로 무산된 후 군사적 대응 카드가 고려되는 최대 위기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상태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도록 집중할 것으로 보이나 효과가 없을 경우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플랜 B를 생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이 게임체인저로 여기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도발 여부에 따라 사태는 최악으로 전개될 여지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초강경 대북압박은 단순한 선거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한번 정책이 정해지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상대방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큰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주 유엔 총회를 계기로 뉴욕을 방문해 힐러리 클린턴 미 대선후보의 외교참모 제이크 설리번과 면담한 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정책의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북핵과 관련해서도 현재의 강경 스탠스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이해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계속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는 28일 워싱턴에서 최종문 다자외교조정관과 로즈 고테묄러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급 군축·비확산 협의회’를 개최하고 북한 5차 핵실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29일 밝혔다.

인지현·박정경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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