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낮은 차원의 원동력이 ‘생존’이라면 가장 고차원은 ‘이해’일 거다. 둘의 우선순위는 개인에 따라 반대일 수도 있지만(인간에 대한) 이해를 구할수록, 인류의 삶이 좀 더 나아진다는 건 분명하다. 이것이 인간, 사회, 우주를 설명하는 과학적 이론과 철학적 사고, 다시 말해 지금 우리가 가장 신뢰할 만하다고 여기는 이론들과 개념들을 탄생케 했으니까.
‘엣지’는 이러한 지적 모험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다. 18~19세기로 치자면 제임스 와트, 이래즈머스 다윈, 벤저민 프랭클린 등이 활동했던 버밍엄 루나협회(산업 시대를 이끈 인사들의 비공식 모임)와 비슷하다. 엣지는 후기 산업시대의 주제들을 탐구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고, 책은 2012년 진행된 엣지의 ‘올해의 질문’에 대한 세계 지성들의 답을 엮은 것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심오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설명은 무엇인가.’
148명의 지식인이 148개의 ‘아름다운 이론’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예컨대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영국 생리학자 앨런 호지킨과 앤드루 헉슬리가 1952년에 설명한 생물 전기의 기원을, 리처드 도킨스는 다윈의 자연 선택설을, 마이클 셔머는 경험주의 원리를, 숀 캐럴은 중력의 보편성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설명을, 아르망 마리 르루아는 프라이스 방정식 이론을 ‘심오하고 우아한’설명으로 꼽았다.
특정 분야에서 발견된 하나의 이론과 개념이 어떻게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 복잡한 세계를 설명하는 유용한 도구로 확장되는지 저마다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엣지의 발행인 존 브록만이 말하는 “단순한 원리 몇 개로 이뤄진 어떤 이론이 심오한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제시해줄 때” 생기는 큰 기쁨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는 환경, 경제, 교육, 폭력, 인공지능, 사회와 정치 등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인류가 어떻게 더 협동할 수 있는지,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지를 모색하게 한다. 결국 이 세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더 이해하고, 또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성찰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책 속 ‘지성’들이 모두 거창하고 복잡한 이론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 각기 다른 최선의 답을 내놓고 있다.
“하늘과 땅에는…자네의 철학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있다네”라는 햄릿의 대사에 대해 미국의 작가 앨런 알다는 “내게는 우주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들린다”고 했으며, 대니얼 데닛 터프츠대 교수는 “나는 내게 기쁨을 주는 설명을 선택했다. 이것은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며 일부 바다거북이 알을 낳기 위해 먼 거리(남대서양)를 이동하는 이유를 ‘아름다운 설명’으로 지목했다. 필립 캠벨 네이처 편집장은 커밍스의 시를 통해 일출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기술의 충격’ 저자인 케빈 켈리는 우리가 모두 별의 먼지라는 감동적인 주장을 설파한다. “우리 몸의 90%는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로 이루어졌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핵융합 반응의 부산물인 셈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가 모여 만들어진 생명들이다. 그리고 여기서 아주 우아하고 놀라운 변신이 일어났다. 별의 먼지로 이루어진 우리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반짝이는 별들을 지각하게 된 것이다.”(542쪽)
148개의 설명 중에서 읽는 이 나름의 ‘가장 심오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론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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