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장르별 성과…한국콘텐츠진흥원, 성공사례 분석

● K - 드라마
20년전‘사랑이 뭐길래’ 원조
‘대장금’, 유럽 등 62개국行
‘태후’ 경제 효과 3조원 달해

● K - 팝
‘세계 2위 음악시장’ 日 접수
SM 아이돌 佛공연 전석매진
싸이 ‘강남스타일’ 정점찍어

● K - 뷰티
화장품, 中관광객 선물 1순위
동남아넘어 美·유럽서도 열풍
수출액 작년 53% 늘어 4조원

● K - 푸드
‘별그대’ 치맥·‘태후’ 삼계탕…
‘드라마 단골’ 라면도 주역 부상
상반기 수출액 1358억원 실적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는 2000년을 전후해 크게 바뀌었다. 이전에는 세계 유일 분단 국가로 인식하며 “한국에서 왔다”는 이들에게 “남한이냐, 북한이냐”를 먼저 물었다. 하지만 요즘 풍경은 다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말춤을 추겠다는 듯 포즈를 취한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약 26억 뷰)이니 이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다. 강남스타일은 ‘개천에서 난 용’이 아니다. 이 노래가 탄생하기까지 약 20년 동안 무수히 많은 한류 콘텐츠가 명멸하며 위상을 높였다. 분야 또한 세분화돼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은 이제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 브랜드로 거듭났다.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며 K-콘텐츠를 둘러싼 고민은 깊다. 일본에 이은 중국발(發) 위기를 겪으며 내실을 기하는 동시에 수출길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문화창조융합벨트를 위한 빅 킬러 콘텐츠 발굴에 힘써 온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원장 송성각) 등이 문화 한류의 전환 시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인식 아래 콘진원은 그동안 성장해온 K-콘텐츠의 동력을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점검함으로써 정부와 민간이 함께 국가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K-콘텐츠, 눈으로 보고 귀로 즐기다

원조 한류 드라마는 약 20년 전 중국에 수출된, 배우 최민수·하희라 주연의 ‘사랑이 뭐길래’라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1994년 중국에 진출한 후 세 차례 반복 송출되며 10억 명이 넘는 인구가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배우 안재욱이 출연한 ‘별은 내 가슴에’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중남미 시장까지 진출했다. 당시 안재욱은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며 ‘한류 스타’로서 첫 행보를 내디뎠다. 한류(韓流)라는 표현 역시 이 무렵 중국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다.

한류의 태동기를 거쳐 번성기로 접어드는 교두보가 된 작품은 배우 이영애, 배용준·최지우가 각각 주연을 맡은 ‘대장금’과 ‘겨울연가’였다. 대장금은 중국어권과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 등 62개국에 수출돼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겨울연가는 일본을 한류 최대 시장으로 부흥시키며 ‘욘사마 열풍’을 일으켰다.

엔저 현상과 우경화로 입지가 줄어든 일본 대신 중국을 새로운 한류의 거점으로 만든 드라마는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은 한류 콘텐츠를 바라보는 중국의 태도를 바꿨고, 그 기반 위에서 최초로 한·중 동시 방송을 시도한 태양의 후예는 중국 외에 31개국에 수출되며 관련 관광 상품과 제품 홍보까지 합산하면 약 3조 원의 경제 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K-팝 열풍 역시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에서 움텄다. ‘오리콘의 신성’이라 불렸던 보아를 필두로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2PM, 비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는 밴드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의 전국 클럽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K-팝은 미주와 유럽 시장 진출도 엿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은 2011년 프랑스 파리 합동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아시아 가수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유럽 시장에 안착했다.

이후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등장하며 K-팝 열풍은 정점을 찍었다.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기반으로 전 세계 팬들에게 소개된 결과다. 심희철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경영과 교수는 “한국인의 DNA에는 흥이 많다”며 “이를 특화한 K-팝은 경쾌한 리듬감,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화려한 군무, 그리고 시선을 압도하는 뮤직비디오 등 차별화된 매력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한류, 이제는 먹고 바른다

K-드라마와 K-팝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한류 스타에 대한 관심으로 귀결된다. 뛰어난 외모를 가진 그들을 동경하며, 해외 팬들도 그들처럼 되길 원한다. 이런 바람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K-뷰티 시장이 활성화됐다.

중국에서 ‘한류 여신’으로 통하는 배우 이영애, 송혜교, 전지현 등은 다양한 화장품 모델로 활동 중이다. 아시아 곳곳에서도 그들을 모델로 쓴 화장품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선물 1순위는 단연 한국 화장품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거리가 ‘코스메틱 스트리트’로 불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은 “중국과 동남아는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에서도 K-뷰티 열풍이 불고 있다”며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약 4조 원으로 전년보다 53% 늘었고 특히 대중(對中) 수출은 99% 급증했다”고 밝혔다.

한류 열풍은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까지 촉발시켰다. 태양의 후예에 등장한 삼계탕을 맛보고자 중국 관광객 8000여 명이 한강공원에서 삼계탕 만찬을 즐긴 이벤트는 K-푸드의 성장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또한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들이 즐겨 먹던 ‘치맥’(치킨과 맥주)의 인기는 관련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대거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K-드라마에 라면이 자주 등장하며 한국 라면은 K-푸드 열풍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라면의 전체 수출액은 1억2300만 달러(약 1358억 원)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콘진원 측은 “대중문화에서 시작한 한류는 ‘K’라는 브랜드를 달고 세계인의 생활 전반으로 스며들고 있다”며 “향후 K-패션, K-투어, K-의료, K-아트 등 무한한 확장 가능성이 있는 한국의 자랑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관련기사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