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老人’특별전
4인의 삶 보여주는 도구 전시
노인 주제 영화 7편도 상영해


고령화 시대, 노인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 노후파산, 고독사 등 사회 문제의 주인공으로 뉴스에 등장하는 데다 젊음에 대한 현대사회의 무조건 적인 추종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한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깨고, 노인 세대의 오랜 경험과 깊은 지혜를 부각하기 위한 특별전을 마련했다. 노인 세대들이 직접 참여하는 노인들에 의한 노인들의 전시인 ‘노인- 오랜 경험, 깊은 지혜 특별전’으로 11월 8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 Ⅱ에서 마련된다. 이번 전시회에는 농부, 시계공, 대장장이, 재단사로 오랜 시간 동안 자기 길을 걸어온 노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도구들 60여 점과 이들에 대한 인터뷰 영상이 선보인다. 또 노인이 직접 제작한 노인 주제 영화 7편도 상영된다.

전시 주인공 중 한 사람은 농부 임대규(82·사진) 씨. 그는 59년간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노트와 달력에 꼼꼼히 기록해 보관했다. 그 자료들이 방 두 칸에 가득하다. 전시장에서는 농사일과 가정의 대소사, 88 서울 올림픽 등 국가의 중요 행사를 기록한 ‘4292년(1959) 농사일기’ ‘88 서울 올림픽 기록 달력’ 그리고 인터뷰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이 기록은 그의 기록인 동시에 시대의 기록이다. 그는 “처음엔 농사를 짓기 위해서 기록을 시작했다”며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기록한 것을 보는 게 더 빠르고 잊어버리지 않고 조금씩 기록을 하다 보니 그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시계 수리공 오태준(82) 씨는 아직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100년이 넘은 망치로 시계 수리를 하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그가 65년 동안 고장 난 시계를 고치는 데 쓰고, 앞으로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드라이버, 줏대 등과 같은 수리 도구들을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아버지로부터 가업과 기술을 물려받은 재단사 이경주(79) 씨의 양복 제작용 자와 채촌계(採寸計), 62년간 망치질을 해온 대장장이 박경원(79) 씨의 망치, 집게와 다양한 대장간 용품이 전시된다.

이와 함께 박종익(64) 씨가 제작한 2013년 서울 노인영화제 우수상 수상작 ‘어머니! 오야!’, 변영희(68) 씨의 2014년 대상수상작 ‘우리 집 진돌이’ 등 노인의 시선에서 삶을 다룬 영화를 통해 노인과 노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노인들로 이뤄진 사회적 기업 ‘은빛 둥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노인들의 계획’도 상영된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실버 지하철 택배원 조용문(76) 씨를 객원 큐레이터로 초빙해, 전시기획에서부터 노인들의 생각과 입장을 반영하려 했다. 전시 기간 동안 노인으로 구성된 실버 밴드 공연, 시니어 바리스타 커피 시음회 등도 열린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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