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1952년 10월 7일생(生), 2018년 대통령에 재선되면 2024년까지 다시 6년 동안 권좌를 지킨다. 1990년 옐친으로부터 총리에 임명된 후부터 후계자로 권한을 행사했으니 무려 30년이 넘는 ‘권력’이다. 도중에 3대 대통령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직을 넘겨 주었지만 ‘섭정총리’로 권한을 장악했다가 대통령직에 오름으로써 뉴차르(New Tsar), 새로운 황제가 딱 맞는 별명이 되었다. 푸틴이 한시티의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6시 무렵이다. 오늘도 비공식 방문이어서 공항 영접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동수는 별장에 먼저 와서 기다렸다가 맞았다. 객(客)이 주인을 맞는 셈이다.

“어, 오늘은 분위기가 색다르군.”

저택의 홀 안으로 들어서며 푸틴이 서동수의 어깨를 툭 쳤다. 홀은 100평쯤 되었는데 이미 유라시아그룹의 VIP 전속 파티팀이 연회장을 만들어 놓았다.

“예, 저도 좀 색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서요.”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오늘 푸틴은 항상 보좌관처럼 자신을 수행하던 메드베데프를 데려오지 않았다. 대신 시베리아 주둔군 사령관 소브차크 대장을 대동했다. 소브차크는 푸틴의 KGB 시절 동료로 성향이 같고 입이 무겁다. 서동수하고도 두 번 파티를 즐긴 적이 있어서 어색하지 않은 관계다. 푸틴이 안쪽 상석에 앉더니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장관, 우리 머리 위로 미국 위성은 지나지 않아. 그러니까 마음 놓고 놀아도 돼.”

물론 농담이다.

“예, 각하.”

건성으로 대답한 서동수가 손짓으로 파티 담당 책임자를 불렀다.

“지금 준비해.”

“예, 장관님.”

여러 번 푸틴과의 파티를 맡은 터라 한국 룸살롱 지배인 출신의 강 사장이 서둘러 몸을 돌렸다. 셋은 푸틴을 중심으로 벌려 앉았는데 소파는 말굽형이다. 홀이 컸지만 좌우에 칸막이를 쳐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푸틴은 밝고 트인 환경을 싫어한다. 조금 어둡고 아늑한 환경을 선호하는 것이다. 곧 앞에 푸틴이 좋아하는 랍스터와 연어, 송아지 다리 구이와 돼지고기 절임이 놓였다. 푸짐했고 먹음직스럽지만 푸틴은 한두 점씩만 먹는다. 철저한 다이어트를 했고 과식하는 법이 없다. 술은 모스크바 근교에서 소량만 제한 생산되는 보드카, 55도짜리로 약간 레몬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순식간에 산해진미가 차려지자 푸틴이 감탄했다.

“역시 연회는 한국인이야, 이건 미국이 발버둥을 쳐도 안 돼.”

“감사합니다, 각하.”

“장관, 여자들은 조금 있다가 불러.”

“예, 각하.”

“술 취하기 전에 중요한 이야기를 좀 해야겠어.”

긴장한 서동수가 푸틴을 보았다. 갑자기 한랜드로 온다는 연락을 받고 놀러 오는 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그때 푸틴이 입을 열었다.

“핵을 가진 대한연방을 누가 가장 경계할 것 같나?”

“중국입니다, 각하.”

머리를 끄덕인 푸틴이 앞에 놓인 보드카 병을 집더니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중국은 이번에 시 주석 밀사를 장관에게 보내 사태를 무마시켰지만 단숨에 북한 땅을 점령할 수 있네. 북한만 점령하면 핵은 없어져.”

한입에 보드카를 삼킨 푸틴이 서동수를 노려보았다.

“순식간에 진입해오면 끝이지. 더구나 일본과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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