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변화시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으뜸은 사랑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희로애락의 감정이 공존하는 사랑을 겪으면서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사랑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누구나 사랑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질투의 감정이다. 시기심을 동반한 질투가 아름다운 사랑을 파국으로 몰아가면서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투가 사람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지는 SBS 드라마스페셜 ‘질투의 화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방송국을 배경으로 희로애락이 혼재된 사랑의 감정을 경쾌하게 풀어낸 로맨틱코미디이자 블랙코미디다. 방송국 뉴스룸의 메인뉴스 앵커 자리를 노리는 기자 이화신(조정석), 의류 재벌기업의 차남으로 뉴욕에서 디자이너 공부를 하고 돌아온 재벌 3세 고정원(고경표), 아나운서 시험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비정규직 기상캐스터로 일하는 표나리(공효진)가 주인공이다. 이들의 청춘 로맨스에 기묘한 인연으로 엮여 사사건건 부딪치는 마감뉴스 앵커 계성숙(이미숙)과 아나운서 국장 방자영(박지영), 그리고 빌라 건물주이자 파스타 식당 주방장 김락(이성재)의 중년 로맨스가 곁들여진다.

표나리가 3년 동안 짝사랑할 때는 아는 척도 안 하던 이화신은 그녀가 자신의 절친 고정원과 연애를 시작하자 질투심을 느껴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가 하면 아나운서들과 여러 차례 맞선을 봤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던 고정원은 아나운서가 아닌 기상캐스터 표나리에게 마음을 빼앗겨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친다. 3년 동안 짝사랑했던 이화신과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맞춰주는 고정원 사이에서 양다리 신세가 된 표나리의 처지가 경쾌하게 연출된다.

그런가 하면 이화신의 형과 시차를 두고 결혼했던 계성숙과 방자영은 전 남편이 오랜 투병 끝에 죽자, ‘낳고’ ‘기른’ 딸 이빨강(문가영)을 두고 서로 엄마라고 주장하면서 소동을 벌인다. 아버지가 죽고 ‘낳아준 엄마’와 ‘길러준 엄마’ 사이에 끼인 여고생 딸이 같은 공간에 모여 함께 사는 모습은 분명 일반적이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된 가족 담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처럼 ‘락 빌라’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모두 남이고, 이상한 가족 형태를 취하지만 모두 같은 김치를 먹는 식구고, 모두 솔로여도 고3인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하면서 생활하는 모습들이 우리 사회의 가족 해체 현상과 맞물려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드라마의 주요 공간이 상징적으로 연출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방송국의 뉴스룸에서 얽힌 등장인물들의 욕망은 이들이 함께 거주하는 빌라에서 뒤집히고, 빌라에서 드러난 권력은 다시 뉴스룸에서 전복된다. 모든 것이 사랑과 질투 때문이다. 이처럼 일터로서의 ‘뉴스룸’과 집으로서의 ‘빌라’를 오가며 질투를 매개로 인간관계의 본질을 탐색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적 현실을 드러내는 연출 감각이 돋보인다.

마초 성향이 강한 기자 이화신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사실 보도가 생명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기상캐스터 표나리가 성적 대상화되는 장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사회문화적 성(gender) 의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점도 흥미롭다. 로맨틱코미디의 달콤함과 블랙코미디의 씁쓸함이 제대로 조화를 이룬 꼴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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