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합의’ 주역 美 갈루치
“北 원하는건 韓·美훈련 중단
NPT 복귀전에 협상은 안돼”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던 로버트 갈루치(사진)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가 4일 차기 미국 행정부는 “한·미 동맹의 본질을 건드리는 당근을 북한에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갈루치 전 특사는 한·미 간에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등과 같은 협상 목표가 합의되기 전에 북한과의 협상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면서 양국 간 사전 협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에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와 공동 주최한 ‘동북아에서 진화하는 지역 설계’ 세미나에서 “북한이 가장 원하는 ‘당근’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으로, 미국은 한·미 동맹의 본질을 건드리는 이런 당근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도록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갈루치 전 특사는 한·미 관계를 “강하고, 건강하고, 깊다”고 평가하면서 “다만, 미국인으로서 한·미 동맹에 관한 가장 큰 우려는 양국이 북한의 NPT 복귀가 성공적 대북 협상의 목표라는 데 합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과 진지하고 지속적인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갈루치 전 특사는 “지난 25년간 미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결국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국가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협상의 형식이 5자든, 3자든, 양자든 간에 미국이 핵심 행위자”라면서 “미국만이 북한의 안보 불안을 해소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 비핵화로 가는 길은 한·미뿐 아니라 일본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절대 용인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 기술 이전 가능성도 우려했다. 하지만 갈루치 전 특사는 최근 한·미 일각에서 제기된 대북 선제타격론 등에 대해 “더 좋은 결과를 낳을지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제 기능만 한다면 여전히 협상이 전쟁보다 낫다”고 말했다. 또 갈루치 전 특사는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최대한 협력해야겠지만, 우리와 동등한 입장의 경쟁자에게 안보 문제를 일감으로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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