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물대포에 의해 목숨잃어
외인사 분명해 부검 필요없다”

경찰 “살인미수혐의 고발당해
증거 확보 위해선 반드시 필요”


백남기(69) 씨의 사인이 ‘병사’냐, ‘외인사’냐를 놓고 논란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여야 정치권까지 가세한 ‘부검 갈등’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백 씨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 교수는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로 적었다. “직접적인 사인은 급성신부전으로 유발된 고칼륨증에 의한 심폐정지인데, 체외투석을 통한 적극적 치료가 시행됐다면 사망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백 교수 설명이다. 그런데 백 교수는 “직접사인은 ‘심폐정지’, 심폐정지의 원인은 ‘급성신부전’, 급성신부전의 원인은 ‘급성경막하 출혈’”이라고 썼다. 엇갈린 해석이 나오게 되는 대목이다.

백 교수처럼 고칼륨증에 의한 심폐정지에 무게를 두면 병사고, 심폐정지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 급성경막하 출혈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물대포 충격으로 인한 외인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 이윤성 위원장은 기자회견과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나라면 사인을 외인사로 기재했을 것”이라며 “연명치료를 하지 않은 것과 사인을 적을 때 병사를 선택하는 것은 전혀 관련이 없는 사항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인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각각 “외인사로 판단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외인사가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야당은 백 씨 사인 규명을 위해 특별검사 제도를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그런데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 야당 등은 백 씨 시신에 대한 부검에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물대포에 맞아 목숨을 잃은 외인사가 분명한 만큼 부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백 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광화문 앞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고, 올해 9월 25일 숨졌다. 그러나 경찰 등 수사기관 쪽에서는 과학적인 부검 결과를 토대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낼 필요가 있고, ‘유족 등이 경찰을 살인미수 혐의로 고발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백 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집행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 씨의 가족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지난해 11월 18일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7명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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