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인들은 中국경절 특수 불구
일부 가구는 집 비우고 피신
“일방적 희생만 강요해 억울
외관보존 전제 규제 완화를”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7일) 기간을 맞아 유커(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폭주,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국경절 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데, 정작 북촌 주민들은 소음과 쓰레기 투기, 무단침입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한옥 외관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상업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경제적 혜택’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일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재혁(43) 북촌운영회 사무장은 “주말에는 2만 명, 평일에도 4000∼5000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주민들이 집에서 생활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10가구 중 2∼3가구는 아예 집을 비워놓은 채 임시 거처로 피신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봤을 때 관광 활성화가 중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주민들의 호소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며 “일방적으로 희생만 요구하지 말고, 한옥을 보존하되 공방이나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혜택을 제공해서 주민 불만을 달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주민 김광수(59) 씨도 “관광객이 밀려들다 보니 마치 내가 동물원 원숭이처럼 느껴져 문을 굳게 잠그고 있다”며 “차라리 희망하는 주민에 한해 한옥을 개방해 상업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면 관광객 호기심도 해소되고 주민 불편도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이 큰 소리로 웃고 떠들거나 골목에 슬쩍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대부분 굳게 닫힌 한옥 대문에는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이곳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적힌 인쇄물이 붙어 있었다. 이를 눈여겨보는 관광객은 없었다. 일부 중국인 관광객이 목소리를 계속 높이자 마을 노인이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마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당장 규제를 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한번 규제를 풀면 지역 정체성과 분위기가 망가진다며 반대를 표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은 국경절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한옥마을 입구에서 생과일주스를 파는 서재훈(35) 씨는 “‘사드 갈등’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국경절 기간 하루 매출이 평균 30%씩 늘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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