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직원들이 지난 9월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볼링장에서 열린 ‘문화가 있는 수요일’ 행사에서 볼링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SPC그룹 제공
SPC그룹 직원들이 지난 9월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볼링장에서 열린 ‘문화가 있는 수요일’ 행사에서 볼링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SPC그룹 제공

- (17) SPC ‘문화 스킨십’

껄끄러운 팀끼리 만나 친목
서로 대화하며 정보 등 공유
자유롭게 아이디어 쏟아내는
‘함께하는 제안제도’도 운영


기업의 규모화가 촉진되면서 같은 회사, 그룹에 소속돼 있는데도 불구, 서로 얼굴조차 익히지 못한 채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도되곤 한다. 스킨십이 떨어지는 이 같은 조직 내의 장벽은 일체감 형성을 저해하고 자칫 부서이기주의의 부정적 현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공동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여러 기업이 조직문화 쇄신 차원에서 활발한 소통, 교류를 촉진하려 애쓰는 배경이기도 하다. 글로벌 5위 담배회사로 도약한 KT&G, 굴지의 제과·제빵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SPC그룹은 다종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직원·부서 상호 간의 소통을 강화하려 노력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시리즈 끝>

지난 9월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볼링장.

SPC그룹의 사내 프로그램 ‘문화가 있는 수요일’을 위해 제품개발실과 커피품질개선팀 직원들의 볼링 경기가 한창이었다. 이날 결승에 오른 1팀 권효민 제품개발실 차장의 스트라이크가 잇따라 터지자 같은 편인 조희연 커피품질개선팀 직장이 환호했다. 결국 권 차장의 팀은 30점 차까지 벌어졌던 경기를 뒤집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고, 권 차장과 조 직장은 기분 좋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상대편의 멤버인 이호원 커피품질개선팀 차장은 아쉬움의 탄성을 질렀다. 볼링 경기가 끝나자 양 팀 직원들은 함께 식사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긴 팀도 진 팀도 큰 아쉬움은 없다. 이 차장은 “사실 우리는 현장에 가깝고 제품개발실은 연구소의 역할이어서 서로 경쟁 심리도 있었고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다”며 “그러나 업무를 떠나서, 함께 땀을 흘려가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나니 벌써 상대에 대한 이해가 늘어난 것 같다”며 웃었다.

‘문화가 있는 수요일’은 SPC그룹이 다른 부서를 알아가고 서로 친해지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룹 내 다른 부서와 만나 서로 인사하고, 스포츠나 문화 행사를 함께하며 그룹 내 친목을 도모한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50팀 정도가 참여했고, 반응도 좋다.

전광식 SPC그룹 기업문화팀장은 “예전엔 기업 규모가 크지 않아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최근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서로 데면데면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며 “직원들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자는 의견이 4∼5년부터 꾸준히 제기됐고, 직원들끼리 더 친해지고자 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열렸던 볼링 경기 외에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회사 본사 인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함께 관람하기도 하고 식품 회사의 특성을 살려 요리 교실에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은 참가하는 부서 직원들이 직접 결정한다.

서로 친한 부서끼리 ‘문화가 있는 수요일’을 갖기도 하지만, 기업문화팀에서 부서를 결정할 땐 중요한 기준이 있다. 직무관련성은 높지만 내부적으로 사이가 껄끄러운 팀끼리 연결시켜 ‘적과의 동침’, ‘오월동주(吳越同舟)’를 만든다. 서로를 잘 모른 채 소원하거나, 사이가 좋지 않은 부서끼리 함께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끝난 뒤 식사와 술자리까지 같이 갖는다면 서로가 보다 친해지고,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마술피리를 관람했던 구매기획팀 관계자는 “업무 중 문제 해결이 한결 쉬워졌고, 추후에도 타 부서 등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한결 쉬워졌다”고 말했다.

SPC 직원들이 최근 열린 ‘문화가 있는 수요일’ 쿠킹클래스 행사에 참석, 직접 요리를 만들어 보고 있다.
SPC 직원들이 최근 열린 ‘문화가 있는 수요일’ 쿠킹클래스 행사에 참석, 직접 요리를 만들어 보고 있다.

SPC는 문화가 있는 수요일 이외에도 직원들 사이의 단합을 도모하고 소통을 강조할 수 있는 각종 제도를 많이 갖추고 있다. 70년 전 작은 빵집이었던 그룹의 모태 ‘상미당’의 분위기를 기업이 커진 뒤에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SPC그룹은 임직원, 협력사, 현장 생산·판매직 직원들의 모든 아이디어를 받아 자유로운 소통을 할 수 있는 ‘누구나 함께하는 제안제도’를 1970년대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 양재동 사옥 내 피트니스센터에서 요가교실을 열었고, 같은 부서 직원들끼리 함께 요리를 배우고, 만든 음식으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소통하는 쿠킹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기업문화 혁신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 시작은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임직원 간의 소통과 교류가 커질 때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협업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만드는 것도 함께하기 위한 의식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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