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계훈제, 장준하, 김재준, 함석헌, 이병린(왼쪽부터) 등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이 함께한 사진.  삼인 제공
1970년대 초반 계훈제, 장준하, 김재준, 함석헌, 이병린(왼쪽부터) 등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이 함께한 사진. 삼인 제공

- 신학자 김경재 교수, ‘장공 깊이 읽기’ 출간으로 재조명

교회개혁 등 구호로만 알려져… 삶·신앙의 자취 다시 짚어봐
“그의 神學원점은 예수지만 밑바탕엔 실사구시 정신 담겨
‘사회구원 몰두’ 판단은 잘못… 개인의 거듭나는 신앙 중시”


“현실참여 종교인으로만 알려졌지만, 장공(長空) 김재준(1901∼1987) 목사는 그에 못지 않게 정통 그리스도 신앙에 심원한 깊이를 가진 신앙인이요 신학자입니다. 거기에 방점을 찍어 이번 책을 냈습니다.”

장공의 제자이자 ㈔장공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신학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2001년 ‘김재준 평전’을 펴낸 지 15년 만에 다시 스승의 삶과 신앙을 재조명한 ‘장공의 생활신앙 깊이 읽기’(삼인)를 출간했다. 김 명예교수는 “교회 개혁자, 현실참여의 예언자, 열린 신학교육자 같은 구호로만 알려진 그의 진면목과 핵심신앙 내용을 좀 더 통전적(統全的)으로 짚어보고 싶었다”고 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김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와 한신대 설립에 공헌했고 경동교회를 세운 목회자이자 함석헌(1901∼1989)과 함께 민주화운동에 개신교를 대표했던 인물이다. 함북 경흥 출신으로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靑山學院) 신학부를 나와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와 웨스턴신학교를 졸업했고, 강원용 안병무 등 굵직한 신학자들이 그의 제자다.

‘성서무오류설’을 비판하는 ‘성서비평학’을 받아들이는 등 장공의 진보적 신학과 관련해 예수교장로회(예장) 보수 측이 1952년 그를 파문하면서 ‘기장’이 출범했다. 예장통합은 지난달 27일 장공에 대한 파문을 64년 만에 철회했다. 김 명예교수는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장공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서 김 명예교수는 스승의 전집에서 핵심적인 말과 글을 가려 뽑고 각각에 대해 ‘내용 새김’이란 해제를 붙였다. 그는 장공의 신앙과 신학의 핵심을 “‘기독교적 실학정신’의 구현, 이름하여 ‘생활신앙’ 혹은 ‘생활신학’”이라고 정의한다. 장공은 “신앙생활이란 표현이 아니라 ‘생활신앙’이란 표현으로 신앙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했었다. 김 명예교수는 “장공의 신앙 및 신학의 원점과 샘터는 예수 그리스도지만 그 밑바탕에 함북지방에 뿌리내린 ‘실사구시’의 실학파 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판적 성서연구 방법’의 수용도 그중 하나다. 교리적 신조가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성역화했던 1930년대에 성서의 한 자 한 자가 모두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돼 틀림이 없다는 축자영감설(逐字靈感說)에 대해 장공은 “하나님의 ‘말씀’ 자체는 절대 무오(無誤)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양식과 표현에 사용된 소재 등은 사람과 시대에 따라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문자무오설’을 배격하는 것은 성경의 권위를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권위를 정당한 기초 위에 수립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실천을 함께 추구하는 신학 교육을 강조하고, 신앙이 삶으로서 생활 가운데서 열매 맺는 진리여야 한다는 ‘생활신앙’을 강조한 것 등이 모두 ‘기독교적 실학파’ 정신의 발로였다는 것이다.

김 명예교수는 이번 책에서 현실참여 등으로 가려진 장공의 신앙 체험의 깊이에 대해 강조한다. 장공은 1924년 김익두 목사의 부흥사경회에서 “은혜에 사로잡히는 성령체험을 했다”고 고백한다. 김 명예교수는 “장공은 성령체험을 여러 차례 인상 깊게 한 사람”이라며 “기독교 지도자가 어떤 인물이든지 핵심은 그 사람이 ‘거듭남 체험, 중생 체험’을 철저히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장공의 신학과 기장의 특징이 오로지 사회구원과 교회의 역사 참여라고 단언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양자택일로 강요하는 ‘개인구원’이냐, ‘사회구원’이냐는 질문은 양자택일의 성질이 아니고 동전의 앞뒤 관계다. 다만 장공은 ‘개인의 인간혁명’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거듭남’을 중시한 장공의 신학을 설명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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