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은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듭된 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방부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0일 사드(THAAD) 배치 부지를 성주 골프장으로 변경, 발표했지만 반대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인한 한국 경제의 어려움, 금융·지하철·철도 노조의 파업 등 대한민국은 온갖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확고한 안보태세 확립을 위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때다. 한반도 안보 환경은 주변 강국 간 국익 다툼은 물론, 남북 분단으로 인해 70여 년간 팽팽한 긴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분단 시절 서독(西獨)은 어떻게 국내외 안보 환경에 대처했는지 교훈과 함의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지령을 받은 동독이 서독 내 공산 세력의 영향력 확대를 기도했다. 서독 당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및 공고화에 주력하기 위해 방어적 민주주의 원칙에 기반을 둔 기본법(헌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 조항의 요체는 자유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위헌(違憲) 정당이나 단체를 해산하는 것이었다. 또, 서독은 적군파(RAF)의 테러 위협과 공산주의자들의 사회 혼란 활동에 맞서 급진주의자 대응 훈령을 발표했다. 동시에 연방정치교육센터 등을 설립, 민주시민 양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으로 서독은 분단 당시 서독공산당(KPD)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 및 국론 분열 기도에 대응할 수 있었다.
1949년 동서분단 이후 서독 내 KPD는 극좌파 근본주의 야당으로 활동했다. KPD의 활동이 가능했던 것은 나치 독재에 적극 대항한 투사들이 일반 감옥이나 강제수용소에서 장기 복역했던 사실에 대한 사회적 존경 때문이었다. 그러나 KPD는 동독공산당(SED)과 연계하면서, 1950년부터 서독의 재무장과 서방 동맹권으로의 편입을 저지하려 했다. 더욱이 서독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 투쟁 등 반국가적 활동을 전개하자, 1956년 서독 연방헌법재판소는 4년여 재판 끝에 KPD 해산 판결을 내렸다.
이후 서독 내 좌파들은 당시 동·서 진영 간 핵무장 해제 및 긴장 완화 분위기를 틈타 동독의 사주에 따라 서독 내에 독일평화연맹(DFU)이라는 단체를 새로이 조직했다. DFU는 서독 내 모든 정치 선전에서 ‘평화’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평화의 깃발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공산 활동을 은폐했다.
공산 세력들은 1968년까지 재합법화 투쟁을 계속했고, 그해 9월 25일 신서독공산당(DKP)의 창당을 선언했다. 이후 1979∼1983년 미국의 중거리 핵탄도미사일 ‘퍼싱’의 서독 배치와 나토의 이중결의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다. 서독이 동독을 동등한 국가로 승인할 것과 동독 내정 개입 금지를 요구하고, 서독의 ‘반공산주의’ 활동은 곧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화’란 용어를 앞세운 위장전술 및 SED와 연대한 DKP의 제반 시도는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의 서독 정부 대응 활동과 국민의 깨어 있는 안보 의식 때문에 모두 실패했다. 결국 서독 국민의 하나 된 안보의식은 1969년부터 KPD(DKP 포함) 후보의 연방 하원 진출을 막았고, 서독 내 퍼싱 미사일의 배치 반대 시도 역시 좌절시켰다. 이는 서독의 중대한 안보 공백 위험성을 차단하고, 향후 독일의 평화통일과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됐다.
우리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됐다. 하지만 이후 민중연합당으로 부활하고 있다. 민중연합당은 2015년 11월 자주·평화정책 부문에서 대북(對北) 적대정책 폐기, 사드 배치 반대, 개성공단 즉시 재가동 등을 강령으로 설정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1월 새로운 종북(從北) 정당 건설 및 ‘용어교란술’과 같은 대남 전술 변화로 종북 세력의 재규합을 지시한 바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고 조속한 평화통일을 이뤄야 하는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다. 소모적 국론 분열보다 치열한 토론 속에서 국민의 생각과 저력을 하나로 모아 함께 나아가야 한다.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국민의 깨어 있는 안보 의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독일의 사례를 깊이 반추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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