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 이르기까지 군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대북 발언 수위가 초미의 관심사다. 갈수록 강경해지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늠케 하는 나침반이다. 북 급변 사태를 염두에 둔 레짐체인지(regime change)를 압박하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결전을 앞둔 장수의 비장감과 결기마저 와 닿는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은 미국 정부와 공조한 ‘김정은 통치자금 말리기’다. 김정은의 통치자금은 연간 2조 원대의 비자금이다. 1조 원은 핵무기와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용으로 쓰인다. 5000억 원은 김 씨 일가의 호화생활을 위한 궁정체제 유지용이다. 나머지 5000억 원은 신정(神政)체제를 떠받치는 체제 유지 전위대용이다. 북한 로열패밀리들과 혁명 1∼3세대 포함 최고위층 2000여 명, 중앙 및 지방 당·군·행정 간부를 포함해 2만여 명의 극소수 고위층 등으로 이뤄진 핵심지지계층의 충성심을 사는 데 쓰인다.
한·미 정부의 전방위 옥죄기로 김정은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외화벌이 도구인 북한의 해외 노동자 진출이 차단되고 무기운반용 고려항공 손발까지 묶이는 등 통치자금 루트가 차단되고 있다. 신정체제 균열 조짐과 핵심지지세력 이탈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지난 8월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 규모가 당초 수준의 40% 정도로 급감했다고 했지만 돈줄을 더 바짝 옥좨야 한다.북한은 이미 ‘돈이 권력인 사회’로 변모했다. 돈줄 옥죄기로 당·군 내에서 충성경쟁과 생존 문제가 얽혀 핵심지지계층 간 권력 투쟁이 가열돼 북한 상층부도 타격을 받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8월 ‘혁명화 조치’를 받고 복귀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전부 자금 사정 악화로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관련 무역회사 무역허가권에 손을 댄 탓이다. 군과 당의 이권 다툼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에게 밀린 것으로 보인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망명과 보건성 간부의 잇따른 탈북은 통치자금 관리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간부들은 충성자금 확보를 위한 주민 수탈에 혈안이 돼 있다.
박 대통령이 국군의 날 경축사에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고 한 것은 돈줄 옥죄기가 효력을 발휘한 데 따른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김정은 통치자금 말리기는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대북정책 기조인 ‘돈으로 평화 사기’, 즉 실패한 ‘평화 구매하기’ 개념과 배치된다. 김정은은 출구전략으로, 핵 동결을 조건으로 남한의 ‘돈으로 평화 사기’ 정책 복귀를 유도하려 핵 위협을 가하는 등 통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도 손을 벌릴 것이다. 다행히 위안화의 기축통화 진입으로 중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출 태세다. 북한의 마약·위폐 등 불법자금이 유입되거나 중국이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활용되면 위안화 기축통화는 위협받을 수 있다. 결국 북핵 폐기와 김정은 레짐체인지의 성패는 물샐틈없는 돈줄 틀어막기에 우리 내부가 얼마나 단합하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cs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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