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이사국 반대표 없어
단일후보로 총회 통과만 남아
물리·전기공학 전공 엔지니어
중도좌파 사회당서 27년 활동
10년간 유엔난민기구 대표
사무국 직원 3분의1로 줄이고
구호현장 인력 늘려 높은 평가
유엔의 새 사무총장으로 10년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를 지낸 ‘난민 전문가’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전 포르투갈 총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유엔총회에 단일 후보로 공식 추천되는 형식적 절차만 남겨놓고 있어 내년 1월부터 반기문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사무총장 6차 비공개 투표에서 구테헤스 전 총리가 15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비상임이사국으로부터 ‘권장’ 13표와 ‘의견 없음’ 2표를 받아 단일 후보로 합의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구테헤스 전 총리는 앞으로 유엔 총회의 형식적인 표결 절차만 남겨 두게 됐다.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는 4개국은 ‘권장’을, 한 국가가 ‘의견 없음’을 행사했다. 의견을 표하지 않은 나라는 러시아나 중국일 것이란 추정만 있을 뿐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UNHCR 최고대표로 지내며 선진국들이 난민문제 해결에 더 나서야 한다고 촉구해온 인물이다. 최고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사무국 직원 규모는 3분의 1로 줄인 대신 더 많은 인력을 난민구호 현장에 배치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6일 “탈냉전 시대에 접어들어 빈번해진 지역분쟁과 시리아 내전 등에서 발생하는 난민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구테헤스 전 총리가 이 같은 임무를 맡을 수 있는 준비된 차기 사무총장으로 인식된 것 같다”며 “구테헤스 전 총리는 유엔 외교가에서도 책임감과 감성, 지도력을 갖춘 인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테헤스 전 총리는 UNHCR 최고대표로서 반 사무총장을 보좌하며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반 총장이 지난 10년간 주력해온 여성지위 향상 및 인권, 난민, 빈곤퇴치 등의 의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949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국영 전기회사 직원의 아들로 태어난 구테헤스 전 총리는 리스본대 소속 고등기술연구소(IST)에서 물리학과 전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포르투갈의 50년 군부독재가 종식된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난 1974년 중도좌파 사회당에 입당했다. 이후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1976년 초선 의원에 당선됐고, 1992년 사회당 대표에 오른 후 199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포르투갈 총리가 됐다. 그러나 2001년 12월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해 2005년부터 유엔에서 일했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의사였던 부인과 슬하에 두 자녀를 뒀으나 1998년 사별한 뒤 2001년 현재의 부인인 카타리나 마르케스 핀투와 재혼했다.
한편 차기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는 이제껏 사무총장을 배출한 바 없는 동유럽 출신의 여성이 선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여성 유엔 사무총장 지명 캠페인을 추진해 온 국제 여성인권단체 ‘이퀄리티 나우’ 관계자는 “(동유럽권 여성 사무총장이 좌절된 것은) 실망스러운 결과지만, 구테헤스는 여성 인권을 위한 의제를 이어갈 인물이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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