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연금법 개정 뒤 ‘폭언에 의한 공무상 사망’ 첫 사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우울증도
공무와 인과관계 땐 재해 인정
유족, 상사 민·형사 고소 검토


서울남부지검 재직 당시 과중한 업무와 상사인 김대현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 등으로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33) 검사의 ‘순직’이 인정됐다. 상사의 폭언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순직으로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6일 “김 검사의 자살은 과중한 업무뿐 아니라 상사의 모욕적인 언행 등도 영향을 미친 만큼, 공무상 사망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검사의 죽음이 순직으로 처리된 것은 지난 7월 28일 시행된 개정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개정 시행령은 암·정신질병·자해행위에 대한 순직 인정 기준을 신설, 암·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우울증·자살 등도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이들 항목은 산업재해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는 들어 있었지만, 공무상 재해 인정 기준에는 빠져 있었다.

또 ‘공무상 사망’을 ‘순직’으로, 기존의 ‘순직’을 ‘위험직무순직’으로 용어를 바꿔 “공무상 사망은 모두 순직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순직에 해당하는지는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에서,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하는지는 인사혁신처의 위험직무순직보상심사위원회에서 각각 결정한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상사의 모욕적 언행 등으로 인한 자살이 순직으로 인정되기 쉽지 않았겠지만,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무상 사망이 폭넓게 인정돼 순직 처리가 가능했다”며 “김 검사의 경우 잦은 휴일 근무 등 업무가 과중했던 측면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이 순직 처리된 사례는 있었지만 대상과 사유를 밝힐 수는 없다”고 전했다. 신일노동법률사무소 홍영재 노무사는 “상사의 폭언이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 순직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 사례를 계기로 더 포괄적으로 순직을 인정하는 경향이 생길 것 같다”며 “공무원에 대한 순직 인정 요건이 완화된 만큼, 민간 기업 등에 다니다 과로 등으로 숨진 노동자들이 순직 인정을 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 등을 상대로 수개월씩 소송을 하며 고생하는 일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 검사가 순직 처리됨에 따라, 유족은 김 부장검사에 대한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적극 검토 중이다. 법무부는 8월 19일 김 부장검사에 대해 검사로서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해임을 의결한 바 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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