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불볕더위가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도심의 거리에 강렬하게 내리쬔 햇볕 때문에 고개를 들기 힘들었고 빼곡한 건물들이 내뿜는 열기까지 더해져 숨이 턱턱 막혔다.
피부에 와 닿는 지글거림 때문에 그늘이 무척 간절했다. 건물도 마찬가지다. 여름철 한낮의 건물 표면 온도는 50도에 육박하고 실내로 전해지는 열기를 식히려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건물의 에너지 소비 비중이 크다. 우리나라도 건축물이 전체 에너지의 40%가량을 소비해 자동차를 앞질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선 지난 2009년부터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주택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시작 단계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 건물에 식물을 이용한 녹색커튼을 만들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태양열이 건물에 직접 닿지 않도록 식물을 통해 차단하는 것이다. 여름이 시작되던 올해 6월, 노원정보도서관과 주민센터, 학교 등 9곳에 시범적으로 녹색커튼을 조성했는데 여름철에 큰 효과를 나타냈다.
건물 1층 외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원형의 대형 화분을 놓고 2~3층 높이의 발코니까지 줄을 매 연결한 후 다년생 식물인 풍선초와 나팔꽃을 심어 줄을 감으며 올라가도록 했다. 생장 속도가 빠르고 이파리가 넓어 한 달 만에 회색 타일 벽면이 시원하고 웅장한 녹색커튼으로 변신했다.
이를 본 주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녹색커튼은 식물 광합성에 의해 주위 온도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청량감을 주고 시각적 효과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 대로변에 위치한 주민센터는 종일 민원인을 응대해야 해 오후가 되면 심신이 지치고 후텁지근한 사무실 열기 때문에 업무 효율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때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의 녹색 이파리들을 보면 눈의 피로가 풀리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단다. 실제 열화상 카메라로 온도를 측정해 보니 건물 외벽은 설치 전과 비교해 평균 10도, 실내는 2~3도가 낮아져 에너지 절감 효과도 컸다.
오늘날 인류의 고민은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다. ‘생각은 지구적으로 실천은 지역에서’라는 말처럼 기초단체에서부터 실천하는 친환경 운동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작은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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