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활디자인 전시 잇따라
▶ 학고재 ‘김백선展’
伊 유명 가구기업과 손잡고
‘자연을 닮은 디자인’ 선보여
▶ 예술의전당 ‘덴마크 디자인展’
율·베그네르 등 거장들의 작품
‘북유럽 가구’의 정수 200점
“삶에 들어온 현대미술 반영”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갈 때 우리는 실생활에서의 용도와 무관한 멋진 그림이나 조각 작품부터 기대한다. 그리고 조금 더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라면 생활소품을 ‘오브제’로 활용해 만들어낸 설치작품 정도를 연상한다. 그러나 오브제는 이미 용도를 상실한 것들이다. 오브제란 용어 자체가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하여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미술관에 ‘용도가 살아있는’ 일상용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 사물에 불과한 조명등이나 의자 식탁 등 ‘생활 가구’다. 미술관에 전시되는 생활 가구의 특징은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특별한 미적 감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디자인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김백선전’은 건축가 겸 디자이너인 김백선(50·사진) 씨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와 조명 등을 선보이는 전시다. 이탈리아 유명 가구 기업들과 손잡고 제작한 테이블, 소파, 의자, 조명 등 25점이 전시돼 있다. 프로메모리아, 뽀로, 판티니 등 소위 명품 브랜드로 분류되는 업체들이 김 씨의 디자인을 가구로 만들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빌라, 페럼타워 공용 공간, 롯데 월드타워의 레지던스와 커뮤니티 공간 등을 설계한 건축가로 잘 알려진 그는 원래 동양화 전공자로, 2007년에도 무형문화재와 협력해 가구를 선보인 적이 있다.
김 작가는 “원래 최초의 가구는 자연이었다”며 “동굴이 집이었고, 돌이 의자였고, 넓은 들판이 침대였고, 개천이 욕실이었던 만큼 자연과 사람의 본질을 담고 있는 가구들이야말로 공간 안에 함께 할 사람들의 내면세계에 정서적 안정감을 부여한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의 철학을 보여주는 작품이 다수 전시되고 있다. 황동으로 만든 플로어램프인 ‘오로라’ 역시 자연을 닮은 작품을 추구하는 이러한 디자인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성인 키 만한 이 조명은 못이나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짜 맞춤 방식으로 제작했으며 조명 안쪽에 프로젝션 장치를 달아 조명을 켜면 한쪽 벽면에 초의 형상이 나타나도록 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겨울 설산을 오르며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감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덴마크 디자인’전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북유럽 디자인을 대표하는 가구, 조명, 은세공 등 디자인 작품 200점을 총망라해 보여준다. 덴마크는 핀 율(Finn Juhl),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한스 베그네르(Hans J Wegner),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 야콥 옌센(Jacob Jensen) 등 거장들을 배출한 디자인 강국이다. 덴마크의 디자인들은 심플하고 모던하며,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전시는 덴마크 왕실에서 식기로 사용하는 ‘로열 코펜하겐’부터 1960년 케네디와 닉슨의 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 케네디가 앉아 유명해진 한스 베그네르의 ‘라운드 체어(Round Chair)’까지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인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그중에는 브릭아트의 대명사 ‘레고(LEGO)’, 프리미엄 스피커 브랜드 ‘뱅 앤 올룹슨(Bang & Olufsen)’의 시작을 알리는 빈티지 라디오도 포함돼 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것에 대해 “덴마크의 디자인에는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충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표현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활 가구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되는 것에 대해 미술평론가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씨는 “미술이 삶의 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디자인이 삶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며 “현대미술의 일상화라는 점에서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현상으로 향후 공예 디자인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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