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설날과 중국의 춘제는 비슷한 점이 많다. 가장 큰 명절이고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설 관련 물품 장만하기, 섣달 그믐날 밤새우기, 세배하기, 세뱃돈 받기 등 비슷한 풍습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세배하는 방법이 다르고 세뱃돈을 훙바오(紅包·hongbao)라는 붉은 봉투에 넣어준다는 점이 다르지만, 그래도 비슷하다. 중국은 또 춘롄(春聯)이라고 하여 좋은 문구를 써서 출입문에 붙이기도 한다. 보통 붉은 종이에 노란 글씨나 검은 글씨로 쓰는데, 우리나라에서 입춘 때 입춘대길 등을 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로 써서 붙이는 것과 차이가 난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장례식에서만 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를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 설날과 중국 춘제의 가장 큰 차이는 소란스러운 정도에 있다. 우리는 설날에 정성껏 장만한 음식들로 차례를 지내며 만나서 술을 마시거나 가벼운 놀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시끄럽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국에 비할 것이 아니다. 중국의 춘제는 시끄럽기로 유명하다. 춘제를 전후한 밤이 가장 시끄럽다. 온갖 폭죽을 터뜨려 잠을 자기 힘들 정도다. 아니 자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골목에는 온통 화약 연기가 가득하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난다. 중국에서는 결혼식 등 기쁜 일이 있을 때 폭죽을 터뜨리는 전통이 있다. 그만큼 폭죽은 중국의 축제에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다. 춘제에 가장 많은 폭죽이 가장 요란하게 터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차분히 쉴 생각이라면 춘제 기간에는 중국을 피하는 것이 좋다.
폭죽을 터뜨리는 이유는 귀신을 쫓기 위해서라고도 하고, 흥을 더하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정말 귀신이 도망갈 정도로 폭죽 소리는 매우 요란하다. 화상을 입거나 화재가 나는 등 사건 사고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춘제 때면 다양한 폭죽이 요란하게 밤새 터진다. 중국 정부는 폭죽으로 인한 사고 때문에 이를 중지시키기도 했으나 전통의 힘은 완전히 막을 수 없어, 대도시 등에서는 특정 지역을 정해 허가하고 있다. 지인이 있다면 중국인들과 함께 폭죽을 터뜨려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러나 화상이나 화재 등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보호경 착용 등 안전장비를 갖춰야 하고 또 불량품도 많으니 꼭 믿을 만한 제품을 써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고대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폭죽 문화와 용 문화는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세계적으로도 명절 때 폭죽놀이를 많이 하고 또 아시아 전반으로 용과 관련된 놀이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보기 힘들다. 참 특이한 경우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은 비슷한 만큼 의외로 다른 점도 많으니 언제나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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