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좌석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유라시아 클럽 전속 악단과 가수가 흥을 돋웠고 파트너들도 나가서 노래했다. 흥이 나면 노래를 하는 터라 번갈아 부르지는 않는다. 잠깐 쉬는 시간이면 은근한 음악이 깔리면서 파티장은 조용해진다. 어느덧 푸틴은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아름다운 여자와 술, 그리고 안락한 환경은 시름을 지우고 호의를 불러일으킨다. 그때 술잔을 든 푸틴이 서동수를 보았다.

“이봐, 장관. 내가 궁금한 것이 있어.”

“예, 각하. 말씀하시지요.”

서동수가 술잔을 든 채 푸틴을 보았다. 푸틴은 60대 중반이지만 젊다. 성형수술을 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어쨌든 50대로 보인다. 푸틴이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1950년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지금은 없을 겁니다.”

서동수가 바로 대답했다. 러시아가 오래 보관한 기밀문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일성과 스탈린, 마오쩌둥과의 기밀회담이 다 드러났다. 머리를 끄덕인 푸틴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한국에서는 미국 때문에 남북한 통일이 안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던데, 그런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북한에 그런 사람이 많다는 건 이해가 가는데 남한에도 많다면서?”

“남한은 민주국가니까요.”

그러고는 서동수가 심호흡했다. 말이 막힐 때 이렇게 덮는 수가 많았던 것이다. 귀찮아서도 그랬다. 그때 푸틴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남한에서 그런 사람들을 처벌하지 못했지?”

“예, 생각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증거가 있는데도 그런가?”

서동수가 대답 대신 들고 있던 술을 한 모금 삼켰을 때 푸틴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알고 싶은 요점은 이거야, 장관.”

“말씀하십시오, 각하.”

“한국전쟁 때 미군이 북쪽까지 거의 다 점령했었지? 나도 한국전쟁 기록을 다 읽어보았어. 그렇지?”

“그렇습니다, 각하.”

“그런데 중국군 수십 만이 밀고 내려와서 다시 서울을 빼앗겼고 결국은 38선으로 갈라진 후에 지금까지 70년 동안 분단되었지?”

“그런 셈이지요.”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남한에서 중국 때문에 한반도가 분단되었다는 반중(反中) 의식은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렇지?”

“남한은 민주국가니까요.”

다시 말한 서동수는 푸틴과 소브차크의 얼굴에서 동시에 떠오르는 웃음을 보았다.

“그래, 맞아. 한국은 민주국가야.”

푸틴이 술잔을 들면서 말했다.

“가장 빠른 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국가지.”

서동수가 잔에 술을 채웠고 푸틴의 말이 이어졌다.

“치열하게 이념 전쟁을 치르면서도 고속 성장을 이룬 민족이야, 한국인은.”

“이번에 다시 대도약을 할 겁니다, 각하.”

서동수가 어깨를 부풀리며 말했다. 푸틴의 칭찬이 꾸짖은 후에 어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고 보아라. 한국인은 다시 ‘새바람’ ‘참기’ 운동으로 다시 일어난다. 남북한 연방이 되면서 이제 낡은 이념 갈등은 폐기할 때가 되었다. 왜냐하면 김동일이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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