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정 발효시점 오판
내달 회의前 국내 비준 불가
“아베, 대응 부실” 비판 여론


오는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이 늦어도 11월 4일부터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주요 산업국 중 아직 국내 비준 절차를 마치지 못한 일본에서 미국과 중국 등 경쟁산업국에 온실가스 감축 대책의 주도권을 내주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협정 발효가 늦어질 것이란 잘못된 판단하에 대응을 게을리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정권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파리협정 체결국들은 오는 11월 7∼18일 모로코에서 파리협정 실시 계획에 대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같은 달 19일까지 국내 비준절차가 마무리된 국가만 정식 멤버로 참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때까지 비준절차를 마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주도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협정이 체결될 당시만 해도 이렇게 신속하게 발효가 이뤄질지는 일본을 비롯해 여러 관계국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예상외로 빠르게 비준 절차를 마쳤고, 비준에 소극적이던 배출량 3위의 후발산업국 인도도 이달 초 비준 절차를 처리했다. 또 총 배출량으로는 인도를 뛰어넘는 유럽연합(EU)마저 지난 4일 비준안을 일괄처리하면서 파리협정 발효 요건(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최소 55개국의 비준)이 충족되게 됐다.

일본 정부도 오는 18일 각의에서 처리하려던 비준안 의회 제출을 11일 각의로 1주일 앞당기는 등 뒤늦게 비준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임시 국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 자위대와 미군의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이 우선순위로 논의되고 있다. 또 집권 자민당의 개헌 논의와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생전퇴위 문제도 정국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어, 이번 임시국회 중 파리협정 비준안은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날 “관계 부처의 인식이 제각기여서 적극적으로 협업하지 못했다”며 “특히 연쇄적인 부작용을 막는 것은 정권의 리더십이지만 아베 총리 주변에서는 ‘총리관저가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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