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큰 고통은 질병과 죽음이라고 한다. 여기에 추가해 이별과 고독도 큰 고통에 속한다. 해군 장병과 가족들은 평소에 숱한 이별로 인해 고독하게 살아간다. 장기출동과 전방지역의 전개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다. 링스 헬기는 진해가 모(母)기지인데, 통상 한 달 이상씩 동서해 접적해역에 배치돼 활동한다. 이번에 북한 잠수함의 도발에 대비한 한미연합 대잠작전에 참가했던 링스 헬기 승무원들은 전날까지 가족들과 통화도 했다. 그러나 1030m의 깊은 수심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 아빠와 약혼자의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이별’을 한 유가족의 그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다.
누가 무슨 말로 위로를 해도 그들의 슬픔과 아픈 마음은 치유될 수 없다. 크게 통곡하며 울부짖고, 해군에 사소한 문제가 있어도 따지고, 내 아들과 내 남편 살려내라고 항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후배들의 희생에 조문하러 갔을 때 유가족들은 너무나 의연했다. 조문하러 간 이 못난 선배에게 그저 고맙다는 말만 했다. 아버지와 유가족의 손을 잡고 위로해 드렸다기보다 내가 오히려 위로와 감사를 받았다. 김경민 소령의 부친은 “내 아들은 나라를 지키다 순교한 자랑스러운 순교자”라고 했고 “끝까지 내 아들을 찾아준 해군에 감사한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네 살배기 아들과 뱃속 아기까지 가진 박유신 소령의 부인, 해군의 가족이 되겠다고 장래를 약속한 황성철 상사의 약혼녀는 차마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더욱 마음 아픈 것은 정치권과 시민단체, 국민의 무관심이었다.
어느 한 시민단체는 유가족들이 원인 규명이 될 때까지 장례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으나 유가족들은 이에 현혹되지 않고 절제(節制)했다. 과거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들도 당시 정부로부터 무관심과 냉대를 받았지만 크게 원망하지 않았고, 천안함 유가족들도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자 선체 인양에 동의했으며 선체 인양 후에도 8명의 시신을 찾지 못했지만 전사(戰死) 처리해 달라고 해서 입대 시 보관한 손톱과 머리털로 장례를 치렀다. 그때도 일부 시민단체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영결식을 하자고 했으나 내 아들이 근무했던 2함대(평택)에서 하겠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는 위로금 중 1억 원을 기부해 해군 함정에 기관총을 설치했고, 정범구 병장의 모친 심복섭 여사도 아들의 모교 강원대에 1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얼마 전 잠수정 사고로 순직한 김예빈 대위의 누나 예은 씨는 해군에 보낸 편지에서 ‘군인은 직업이 아니라 명예이며 대한민국 해군이 얼마나 멋진 직책인지, 내 동생이 그런 해군의 일원이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오히려 해군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번 링스 헬기 유족들도 “보상금 일부를 순직한 유자녀들을 위한 ‘바다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라니 더욱 송구스럽고 마음 아프다. 해군의 유가족 역시 해군임을 실감했다.
선진국에서는 제복을 입은 군인·경찰·소방관을 존경하고 사랑을 보낸다. 그들은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번에 SNS에 올린 글로 일시적인 관심을 갖는 것보다, 정치적 이슈가 될 만한 사건에 대한 관심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의로운 죽음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과 국민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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