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돈 모아 새벽 준비
탕수육 등 직접 만들어 대접
공단서 힘들게 보낸 청춘 위로
옛 추억 되새기며 행복 빌어
‘오늘은 동네 어르신과 함께 짜장면 먹는 날.’
지난 10일 오전 11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주민센터 5층 대강당 앞쪽 위에 걸린 플래카드의 큼지막한 글귀다. 강당 중앙에 가지런히 놓인 식탁에는 이미 한 시간 전부터 온 동네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지역 458상가번영회가 1년에 한 번씩 여는 ‘짜장면 데이’ 행사에 오신 것. 노인들에게 짜장면과 탕수육을 나르는 주민센터 직원들 사이에 눈에 띄는 이가 있다. 바로 차성수 금천구청장이다. 노인들에게 짜장면을 대접하기 위해 바쁜 구정 업무를 잠시 접어두고 나온 것이다.
차 구청장은 식탁을 돌며 노인들에게 “불편한 것은 없으세요?”라며 일일이 건강 상태를 묻는 등 안부 인사를 했다. 구청장의 대접을 받던 노인 중 한 명은 구청장 입에 탕수육과 단무지를 직접 넣어주며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올렸다. 가산동에 사는 독거노인 이득인(71) 씨는 “한두 명도 아닌데 이 많은 음식을 준비하느라 고생했겠다”며 “일회성이 아니라 해마다 이런 행사를 마련해줘 고맙다”고 했다. 차 구청장은 “초등학교 졸업식날 처음 먹어본 짜장면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시골에서 상경해 구로공단에서 청춘을 보내신 어르신들에게 부족하나마 풋풋한 이웃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우리 할 일”이라며 “이들에게 짜장면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이웃관계를 만들어가도록 돕는 소통의 다리이자 사랑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짜장면 데이는 가산디지털2로 142번 일대 상인들로 구성된 458상가번영회 회원들이 6년 전 동네 노인들에게 짜장면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안창길 번영회장은 “어르신들이 짜장면을 드시며 잠시나마 옛 추억에 잠겨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며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행사에 필요한 비용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가산동 통장 10여 명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주민센터의 김영미 주무관은 “어르신들을 대접하려고 회원들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미리 음식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금천구는 취약계층을 돕고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금복네(금천구 민관 복지지원 네트워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내 기업과 주민들이 어려운 이웃과 네트워크를 맺은 뒤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취약계층 121명을 발굴해 1800여만 원을 후원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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