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 런던국제연극제 감독 방한

“문화 융합수준 차원이 달라… 가상현실·AI 접목할 정도”


“예술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는 건 세계적인 트렌드다. 새로울 게 없어 보이지만, 내가 본 한국의 융합수준은 차원이 달랐다.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할 정도다. 가장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술계 종사자로서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였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영국문화원에서 만난 마크 볼(사진) 런던국제연극제 예술감독은 “서울아트마켓(팜스)과 아트센터나비 등을 둘러보면서 한국 공연 예술 시장의 역동성과 가능성을 봤다. 첨단 기술과 재능 있는 인재들이 많다는 게 가장 큰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7∼20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사업의 사전 준비차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방한한 볼 감독은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기획 총책임자를 지내고, 2009년부터 런던국제연극제 총감독직을 맡고 있다. 런던국제연극제는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공식 파트너로서, ‘문화올림피아드’를 통해 다채롭고 감동적인 거리예술을 선보였다. 런던올림픽이 ‘문화 올림픽’이라는 칭송을 받는 데 일조했다. 볼 감독은 “당시 올림픽 개·폐막식과 이와 연계된 문화행사들은 영국의 다양성, 수용성, 개방성이 얼마나 고귀한지 보여줬으나 4년이 지난 지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난민, 여러 사회문제로 폐쇄적인 이미지가 짙어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가 아닌 문화 교류 강화, 특히 유럽 외 국가들과 우호를 다지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볼 감독은 영국 공연예술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로라 캐머런 루이스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 댄스 총괄, 니컬러 모건 웨일스예술위원회 대표 등 총 25명이다. 이들이 가장 집중한 건 팜스. 한국 공연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장이다. 볼 감독은 “판소리를 접목한 작품이 인상 깊었다. 한국 공연들은 전통을 현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스타벅스, 맥도날드, 자라, 유니클로가 있죠. 거리 모습이 전부 똑같아요. 나라별 정체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한국에선 현대적인 속성과 전통의 강한 유대를 느낄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런던국제연극제는 올해 35년이 됐다. 볼 감독은 연극제 설립 이래 가장 ‘어려운 때’를 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영국 문화의 아이콘인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무대가 열리고 있고, 영국 공연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국 정부도 문화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연극제만 보더라도 10년 전에 비해 지원금이 3분의 1로 줄었다. 티켓 수익을 위해 상업성 짙은 공연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국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예술 ‘암흑기’로 볼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정치적 환경엔 장애물이 있어도 문화적으로 풀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으니까. 한·영 상호 교류의 해는 양국 공연계에 기회예요. 장기적인 문화 협력의 시작점이죠. 짧은 방한인데 제 스케줄이 얼마나 빡빡한 줄 아세요? 양국이 서로 얼마나 친해지고 싶은지 알 수 있죠. 하하.”

박동미 기자, 사진 = 주한영국문화원 제공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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