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귀여운 손주가 자라서 살아갈 세상은 평화롭기를, 풍요롭기를, 그리고 정의롭기를….”
올해 우리 나이로 칠순(七旬)을 맞은 원로 작가 유자효(오른쪽 사진) 시인이 천진난만한 동심으로 눌러쓴 동시화집(童詩畵集) ‘스마트 아기’(고요아침·왼쪽)를 펴냈다. KBS 기자를 시작으로 방송기자클럽 회장을 역임하고 1972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묵직한 이력에 비해 의외의 작품이다.
유 시인은 10일 “지난해 4월 첫 손자 선우를 얻은 게 계기가 됐다. 할아버지로서 그 아이를 가끔 돌봐주는 게 힘들기는 해도 아이를 보면서 새삼 내가 순수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 세상의 모든 손자, 손녀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랑받으며 서로 베풀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유 시인의 지극한 손자 사랑은 동시화집 1부 ‘아기는 힘이 세다’에 담뿍 배어 있다.
‘배고프면 우신다/배부르면 주무신다/그냥 있어도 예쁘시다/환하시다//천사가 찾아오셨다’(‘천사’)
동시화집은 총 4부, 54편으로 구성됐다. 1부는 아기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2∼4부에는 가족, 계절, 자연, 동물 등 다양한 소재가 담겼다. 1968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48년 시력(詩歷)을 쌓은 시인의 따뜻하고 넉넉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한 아이가 있었네//사람들은 그 아이를/귀머거리라고 했네/벙어리라고 했네//그러나 오직 한 사람/“아니야/그렇지 않아/우리 아이는 들을 수 있어/우리 아이는 말할 수 있어”//1년/2년/3년/10년이 지나고 나서//사람들은 그 아이의/말을 들었네/“어머니/……/사랑합니다”’(‘이 세상의 어버이와 아들딸에게’)
특히 시 중간중간에 실린 32편의 그림은 글 이상의 문학적 압축미를 보여주고 있다. 역시 언론인 출신이자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지낸 전준엽 화백의 역작이다. 유 시인은 “동시집이니 그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전 화백과 뜻이 맞았다”며 “내친김에 오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일조원 갤러리에서 동시화전도 함께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13일에는 전시회 리셉션이 열린다.
이번 동시화집은 어린이의 순수함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현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유 시인은 “이 세상 모든 손자, 손녀에게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이자, 어지러운 세상을 사는 어른들에게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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