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쫓겨 허겁지겁 수사
의원들 노골적 시간끌기
與野 기계적 균형 맞추기
野 길들이기 악용 소지도
전체 국회의원 중 100여 명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받아 이 중 30여 명이 기소된다는 ‘33% 입건·10% 기소’ 법칙은 지난 세 차례 총선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는 6개월이라는 짧은 공소시효에 맞춘 검찰의 궁여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선거범죄의 수법이 고도화되고 범죄 정황도 복잡해지는 상황에 맞춰 공소시효는 크게 늘리는 대신 재판 속도를 당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에도 유지된 ‘33% 입건·10% 기소’ 법칙 = 1994년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를 6개월로 제한한 이유는 선거범죄로 인해 왜곡된 민심으로 인한 결과를 최대한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짧은 공소시효가 반대로 6개월만 버티면 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벗어나는 면죄부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4일 서울고등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박성재 서울고검장은 공직선거법 6개월 공소시효에 대해 “범죄가 있다고 보고 추적하는 검사 입장에서는 공소시효가 하나의 큰 장애물”이라며 “현실적으로 수사상황이 굉장히 어려워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여야 의원 간 기계적 균형을 맞추거나 정권 차원에서 야당 의원에 대한 길들이기 수단으로 공직선거법 기소를 악용하는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실제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를 고의로 질질 끌면서 국회의원, 특히 야당 의원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히 있었고, 이것이 짧은 공소시효의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검찰 공안 관계자는 “공소시효 막판에 기소가 몰리는 것은 정치적 고려보다는 결국 시간 부족, 인력 부족에 쫓긴 검찰이 급하게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선거사범 관련 사법 처리 제도 개선해야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1년 투표매수 범죄에 한해서라도 공소시효를 2년으로 연장하자는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묵살 당했다.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다른 범죄의 공소시효가 통상 3년 이상인 것에 비해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지나치게 짧다”며 “오랜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일부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법을 고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2년간 선거 범죄의 수법도 복잡해졌지만 국회는 공소시효 연장 의견에는 묵묵부답인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를 늘리는 대신 재판 속도를 당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주교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대표는 “검찰 쪽에서 수사 기간이 너무 짧아 졸속 수사밖에 안 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공소시효 연장을 조심스레 제안했다.
이와 관련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사범에 관한 재판은 1심은 기소된 날부터 6개월 이내, 2·3심은 전심 판결이 선고된 날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이 늑장 출석하거나 변호사를 일부러 기일에 임박해 선임해 연기 신청을 하는 등 노골적인 시간 끌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재판 절차도 문제다. 1심은 6개월에 맞추더라도 항소 기간, 소송기록 송부, 상소심에서의 기록접수통지서 발송 및 수령, 상소이유서 제출기간 등 필수기간으로 대략 7주가 소요된다. 이는 상급 법원이 원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선고하려면 상소이유서 제출일로부터 5주 이내에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궐석재판제도를 활성화할 필요성도 있다”며 “공소시효는 늘려 선거법 위반 사범을 최대한 기소하도록 하고 대신 재판을 빠르게 진행해 민심의 왜곡을 막는 방향으로 사법 처리 방향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병기·이후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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