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렛츠런CCC용산(용산화상경마장) 13층에서 사람들이 지정석에 앉아 TV 화면에 떠 있는 경마 순위와 배당률 등을 보고 경마 베팅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렛츠런CCC용산(용산화상경마장) 13층에서 사람들이 지정석에 앉아 TV 화면에 떠 있는 경마 순위와 배당률 등을 보고 경마 베팅을 하고 있다.

- 마사회 ‘렛츠런CCC용산(화상경마장)’ 갈등

인근학교와 이격거리 허위기재
카드깡으로 비자금 조성 ‘들통’
수익금 ‘식구 챙기기’에 급급

주민들 “불법도박장 OUT”
현수막 걸고 3년 넘게 싸워
공기업으로 사회적역할 집중을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위치한 ‘렛츠런CCC용산(장외발매소·용산화상경마장)’ 부근은 한산했다.

입구 간판 아래에는 ‘고객님의 마음이 함께 달립니다’라는 캠페인성 현수막이 걸려 있고 정문 옆에는 귀여운 유니콘 인형이 서 있어 매우 동화적이고 주민친화적인 느낌을 주는 듯 했다. 하지만 몇 발짝 떨어진 주변 모습은 이와 사뭇 달랐다. 도로 가드레일에는 화상경마장을 성토하는 격한 문구의 플래카드들이 내걸려 있었다. 또 용산전자상가 방향으로 한 블록 옆에는 ‘불법도박장 OUT’이라는 노란 글씨가 선명하게 찍힌 천막농성장이 있었다. 천막 입구의 ‘농성 1256일’이라는 표시는 용산화상경마장을 반대하는 지역주민·시민단체의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한 싸움도 3년을 훌쩍 넘겼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6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열린 마사회 국정감사에서는 용산화상경마장 영업 논란과 더불어 각종 마사회의 위법행위 의혹과 문제점 등이 제기됐다. 작년 국감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매년 반복되는 지적에도 마사회는 변하는 게 없다는 게 다수 의원들의 시각이다. 경마 수익에 따른 과도한 사내 복지, 실세 회장의 독단경영 등은 차치하더라도 공기업으로서 마사회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인 마사회가 매출 신장 등을 위해 국민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사업을 확대하기보다 갈등 해소를 위해 주민 설득에 더 노력하는 등의 사회적 역할과 공익사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게 공기업인가? = 정방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12일 “마사회는 2010년 용산화상경마장 설치 추진을 시작하던 당시부터 모든 것을 속여왔다”며 “공기업인 마사회는 저질러선 안 될 불법행위들을 저지르며 화상경마장 설치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마사회가 농림축산식품부에 화상경마장 설치 승인을 받을 때 인근 학교와 이격거리를 허위로 기재해 승인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소위 ‘카드깡’을 통해 확보한 비자금으로 화상경마장 입점 찬성집회 참가자 등을 모집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는 게 정 공동대표의 주장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용산화상경마장 운영과 관련해 마사회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한국마사회의 렛츠런CCC용산의 퇴출을 요구하는 용산구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농성천막에 ‘도박장 OUT’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국마사회의 렛츠런CCC용산의 퇴출을 요구하는 용산구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농성천막에 ‘도박장 OUT’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마사회의 다른 위법적 행위들도 국감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마사회는 경마장 및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입장자로부터 입장료를 받을 수 있지만 그 금액은 경마장은 2000원 이하, 장외발매소는 5000원 이하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전국 31개 장외발매소에서 5000원 입장료 외 추가시설사용료를 지불해야 입장하도록 한 좌석이 1만7499석으로 전체 좌석의 28%에 달해 법령을 위반한 영업행위를 마사회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용산화상경마장의 경우 5000원을 넘긴 입장권을 구매해야 이용할 수 있도록 ‘프리미엄’(2만 원)과 ‘페가수스’(3만 원)라고 이름 붙여진 관람층만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마사회의 경마 매출액은 7조7322억 원으로 이중 68.6%인 5조3070억 원이 화상경마장에서 발생한 매출이다. 마사회가 이 같은 의원들의 지적과 논란 속에서도 용산화상경마장 운영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단기적 매출 신장보다는 신뢰 얻는 공기업 역할 우선 = 용산화상경마장 논란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공기업인 마사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마사회법 제1조는 마사회의 역할을 ‘경마의 공정한 시행과 말산업의 육성’뿐만 아니라 ‘국민의 복지 증진’도 명시하고 있다. 사행산업인 경마를 관장하면서 이를 통해 거둔 수익을 국민에게 환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당연히 모든 사업 추진은 적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국감 등을 통해 드러난 마사회의 사업추진은 이 같은 의무·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사행산업을 관리하면서 과도한 보수를 받아챙기는 것도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반감을 사는 행위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마사회 전체 직원의 25.1%에 해당하는 222명이 1억 원 이상의 고액연봉자였다”고 공개했다. 이와 함께 장외 온라인 베팅제 도입이나 10만 원 이하 마권구매상한제를 무색하게 하는 무인발매기 설치 등은 도박중독을 우려하는 일반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경영이라는 주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올해 마사회 국감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마사회가 불법행위와 주민 갈등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상태이지만 감독부처인 농식품부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현명관 마사회장이 청와대가 지목한 ‘실세 인사’라는 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마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입지 갈등 전문가인 정지범 한국행정연구원 박사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기업의 위법적 경영 방식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며 “선진국에선 ‘회귀성의 원칙’을 적용해 추진 중인 공공기관의 사업이 주민들의 견해를 무시하거나 절차를 위반하게 되면 어떤 매몰 비용이 들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사업을 폐기하고 있는 만큼 용산화상경마장 갈등 등의 문제에서도 정부가 이 같은 원칙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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