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존감’ 돌풍 일으킨 윤홍균

“내가 가장 훌륭하다 생각하며 아침마다 걸으면서 훈련을”


요즘 서점가에서 윤홍균(40·사진) 정신과 전문의의 ‘자존감 수업’(심플라이프)이 화제다. 인기 블로거지만 책 한 권 내지 않은 조금 낯선 저자의 첫 책, 게다가 출판사는 개업 3년 만에 사정이 좋지 않아 최근 사무실을 정리한 1인 출판사. 당연히 현란한 홍보 마케팅은 할 수 없었는데 책은 출간 한 달여 만에 30쇄 10만여 부를 발행하며 전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톱3에 올랐다. 사랑, 관계, 성공, 행복감 등 삶의 중심인 자존감은 스스로 노력해 키울 수 있다며 그 방법을 가르쳐 주는, 제목대로 ‘자존감 수업’인 책의 인기는 결국 자존감에 대한 독자들의 열렬한 관심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는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 열풍을 잇는다. ‘미움받을 용기’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면 ‘자존감 수업’은 그다음 단계,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을 사랑할까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 준다.

지난 7일 만난 저자에게 한국인의 자존감은 어떤 상태인지 물었다. “한국인의 자존감은 위기 상황이다.” 그의 답이었다. “옛날엔 목표가 단순했다. 많이 갖고 편하면 얼추 행복했고 적당히 벌어 아이 키우면 족했다. 하지만 요즘은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 나오고 취직해 아무리 달려도 행복하지 않다. 당연히 방향에 의심을 갖게 된다. 이 길이 과연 내가 생각했던 길인가? 이전엔 중년이 돼야 품었던 의문을 요즘은 청년 시절부터 갖게 됐다.”

이런 변화에 SNS는 자존감을 더욱 떨어뜨린다. “누구나 그날 가장 좋았던 일을 SNS에 올린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매일 그렇게 행복하게 산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남들은 다들 결혼도 잘하고 애도 잘 키우고 일도 척척 하는데 왜 나는 이 모든 게 힘들까’다. “남의 인생은 모두 쉬워 보인다. 세상은 멀쩡히 돌아가는데 유독 나만 혼자이고 힘든 걸까.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자존감을 수영에 비유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력이 우리를 끌어당기듯 살다 보면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가는 일이 생긴다. 실수도 하고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지치기도 한다”는 그는 “그럴 때 어떻게 그 순간을 극복할지 구체적인 매뉴얼로 정리해 두고 싶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책에서 저자는 좌절 습관, 무기력, 열등감, 미루기, 회피하기를 넘어, 상처와 저항을 극복한 뒤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실천법을 조언한다. 그가 대형병원에서 알코올·도박·게임 중독 환자를 치료하고, 3년 전 개업해 환자들을 보면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사람들에게 적용해 이제까지 얻은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마다 자존감을 위협하는 요인이 다르지만 모든 사람의 자존감 회복의 출발은 맹목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며 지나간 상처에 고민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심리학 독’도 경계했다. 사회가 부조리하게 돌아가는데 자기 삶에만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심리학 독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땐 ‘내가 어떻게 사회를 바꿔’라고 생각하지만 자존감이 높으면 보다 나은 공정한 사회를 위해 사회 변혁을 이뤄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공덕동에서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인기 블로거이며, 이메일로 심리상담을 해 ‘윤답장 선생님’으로 불리는 그는 사람들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자존감 훈련의 첫걸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에 ‘걷기’를 추천했다. 걷기는 좌뇌와 우뇌를 고루 자극하는 활동으로 생각회로의 굳은 벽을 깨고, 변화를 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아침 출근길에 자신을 사랑하는 느낌으로 걸어 보십시오.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인 것처럼, 내가 이 동네에서 제일 훌륭한 직장인이고, 가장 괜찮은 엄마라고 생각하고 걸어 보세요. 그렇게 시작하면 그날 하루가 행복하고 뿌듯할 것입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사진 =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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