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학원가가 배경인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에는 이러한 세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벌은 기본이고 외모에 실력까지 겸비한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고급 술집에서 우아하게 혼술을 한다. 이에 비해 내세울 것 없는 학벌에 경력마저 일천한 국어강사 박하나(박하선)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반 지하 자취방에서 처량하게 혼술을 한다. 그런가 하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들은 힘들고 외로운 처지를 달래기 위해 쓸쓸하게 혼술을 한다.
혼술을 통해 이 드라마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취업준비생 가운데 절반이 공시족인 현실이다. 어머니에 의해 노량진 학원에 끌려온 진정석의 동생 공명(공명)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는 마라톤이다! 초반에 속도 내면 나가떨어진다”는 생각으로 3년차 공시 낭인 생활을 하는 기범(키),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동영(김동영), 명문대 문과를 졸업했지만 취업 절벽에 절망하고 공무원에 도전하게 된 채연(정채연)까지 이들은 모두 각박한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 시대 청년들을 대변한다. 학원과 고시원, 그리고 편의점을 오가는 공시족들의 일상이 다소 과장되게 연출되고 있지만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점이 참담할 지경이다.
공무원 학원계의 메이저리그로 불리는 노량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강사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힘찬 국어’라는 표어가 무색할 만큼 모든 것이 어설픈 박하나는 노량진 미생이란 의미의 ‘노그래’로 불리는 굴욕을 견뎌야 하고, 영어 강사 황진이(황우슬혜)는 수강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섹시함으로 무장해야 한다. 행정학 강사 민진웅(민진웅) 또한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수강생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매일 다른 성대모사를 연구한다. 심지어 스타강사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진정석도 인터넷으로 수강생을 관리하면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마냥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진정석의 본명이 ‘진상’으로 밝혀지는 상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고민을 상담하는 박하나의 행동, 그런 그녀에게 저돌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공명의 좌충우돌,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민호를 둘러싼 소동 등은 긴장을 이완시키면서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박하나의 가능성을 보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종합반에 합류시킨 진정석이 그녀의 매력에 빠진 것을 부정하다가 술에 취해 고백을 하는 상황도 의외의 웃음을 선사한다.
‘혼술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청년들의 생존기가 눈물겹다. 모두 다른 이유로 혼술을 하는 이들이 술기운을 빌려 털어놓는 사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살이가 힘들고 어렵다는 의미이리라.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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