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과 무를 주재료로 만들어진 메밀빙떡은 자극적인 음식에 길든 현대인에게 담백한 맛의 묘미를 알려주는 건강식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메밀과 무를 주재료로 만들어진 메밀빙떡은 자극적인 음식에 길든 현대인에게 담백한 맛의 묘미를 알려주는 건강식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메밀꽃밭을 ‘소금을 뿌린 듯’이라고 했다. 이달의 첫날, 제법 외출하기 좋은 가을을 맞아 아이들과 한강 서래섬 메밀꽃 축제에 다녀왔다.

축제 홍보 글에는 ‘눈이 쏟아져 쌓인 것 같은 하얀 메밀꽃’이라 쓰여 있었고, 아이들은 “아빠 팝콘이 정말 많아요”라고 했다. 푸른 메밀밭을 가득 메운 하얀 꽃은 참 곱고 아름다워서 소설가가 아니어도 저마다 시적인 비유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매년 9월부터 강원 봉평과 제주도, 한강 서래섬 등 각지에서 메밀꽃 축제를 열곤 하는데, 올해 시기를 놓쳤다면 내년에 한 번쯤 꼭 가보길 추천한다.

이제 메밀꽃은 지고 종자가 여물어 햇메밀이 나올 때가 됐다.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명작 덕분에 강원 봉평의 메밀이 유명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메밀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은 제주다. 국내 메밀 생산량의 48%를 제주도가 생산하고, 강원도는 14% 정도라고 한다.

메밀은 세계 각지에서 재배하는 곡물인데, 척박한 기후와 토양에서 특히 잘 자란다. 제주도에서 메밀을 많이 재배하는 것 또한 이와 관련이 깊다. 제주도의 토양이 척박해 다른 작물은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예로부터 메밀을 주요 작물로 널리 재배했다. 메밀은 생육기간도 100일 정도로 짧아 제주도에서는 연간 두 차례 수확한다.

생산량이 많은 만큼 제주도에는 메밀로 만든 향토 음식이 널리 발달해 있다. 메밀칼국수, 메밀만두, 메밀막국수, 메밀조베기(제주도식 수제비), 메밀묵 등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독특해 첫손에 꼽는 음식이 바로 ‘메밀빙떡’이다.

메밀빙떡은 메밀가루 반죽을 둥글게 부쳐 무나물을 넣고 말아 먹는 음식이다. 이름의 유래는 빙철(빙떡이나 전을 지질 때 사용하는 번철)에 지져 만든다고 해 그렇게 불렸다는 설, 메밀 반죽을 국자로 빙글빙글 돌려 지지는 조리법에서 나왔다는 설, 메밀 반죽 지진 것에 무나물을 넣고 빙빙 돌려 말아 만든다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메밀빙떡의 맛은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표현하는 제주도 향토음식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메밀 반죽에서 나는 메밀 향과 무나물에 넣은 참기름 향 그리고 메밀 반죽의 졸깃함과 무나물의 살캉한 식감이 심심하게 느껴질 뿐이다. 자극적이거나 도드라지는 맛은 없다. 그래서 하나 먹었을 땐 무심하고, 두 개째부터는 절로 손이 가고,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고 돌아서면 또 생각이 난다.

소화도 잘되는데 이는 메밀과 무가 가진 성질 때문이다. 우선 메밀과 무는 둘 다 소화가 잘된다. 또한 메밀은 다량의 섬유질과 루틴 등이 체내 노폐물을 배설하고 해독하는 효과를 보인다. 대사증후군이 염려되는 중년층이라면 메밀 음식을 많이 먹어주는 것이 유리하다.

대신 메밀은 찬 성질이 매우 강해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는데 그럼 점에서 더욱 메밀빙떡을 권하고 싶다. 무의 따뜻한 성질이 메밀의 찬 성질을 감싸줘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메밀가루 2컵, 물 3과 1/2컵, 무 500g, 실파 1줄기, 깨소금 1큰술, 참기름 2큰술, 소금 1/4작은술, 소금 한 꼬집



만드는 법

1 메밀가루에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찰기가 생기도록 오래 저어 푼다. 물과 메밀가루가 잘 어우러지면 참기름 1큰술을 넣고 잘 섞은 다음 체에 한 번 거른다.

2 무는 5~6㎝ 길이로 채 썰어 끓는 물에 3분 정도 삶아서 채반에 건져 식힌 다음 살짝 짜서 물기를 없앤다.

3 2의 무나물에 송송 썬 실파와 깨소금, 참기름 1큰술을 넣고 살짝 무친다.

4 팬을 불에 올려 달구고 1의 메밀 반죽을 국자로 떠서 직경 15~20㎝ 정도로 둥글게 부친 다음 채반에 올려 식힌다.

5 4의 전병 위에 3의 무나물을 적당량 올려 돌돌 말아 접시에 담아낸다.



조리Tip

1 메밀가루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 좋다.

2 메밀가루는 점성이 약해 쉽게 찢어지기 때문에 반죽할 때 충분히 섞어 점도를 높인다.

3 메밀빙떡을 먹을 때는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메밀빙떡의 심심한 맛을 초간장이 살짝 잡아줘 더욱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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