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캐스팅보트 쥔 젊은세대
미국 대선을 한 달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승부를 가리기 힘든 이유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이 중 하나는 노벨 경제학자이자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9월 30일 NYT 칼럼에서 클린턴이 1차 대선 TV토론의 승자였지만 여론 지지율이 크게 늘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 Politics)의 여론조사 추세를 살펴보면 대선 토론 전날인 9월 26일 클린턴에 대한 지지율은 43.1%였고 트럼프는 41.5%로 클린턴이 1.6%포인트 앞서고 있었지만, 토론 이후 최대 격차는 10월 5일 클린턴이 43.9%이고 트럼프 40.1%로 클린턴이 3.8%포인트 정도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클린턴이 지지율을 약 1~2% 정도밖에 늘리지 못한 것이다.
1. TV토론 후에도 변화 없는 지지율
여러 가지 이유가 작용하고 있겠지만 한 가지 이유는 트럼프의 지지층에 큰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지지하기보다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반대심리 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클린턴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크게 다를 것 없는 후보로 생각하기에 색다른 빛깔을 내고 있는 트럼프에게 유혹당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음담패설 스캔들로 인해 트럼프의 당내 지지가 분산될 수도 있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경선 때와 같이 오히려 더욱 똘똘 뭉치는 현상을 보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클린턴이 지지층을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선은 트럼프를 따르는 사람들만이 아니고 클린턴에 대한 지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상당수가 여성이고 소수계통이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진보적이지만 기존 중도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오바마 의료보험 정책이나 민·관 파트너십 지원제도로 인한 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 정책을 선호한다. 클린턴은 이러한 지지자들 외에 다른 유권자들도 포용해야만 이번 선거에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2. 트럼프, 비도시거주 장년 남성층 지지
전통적인 인구 통계 외에 풍부한 빅 데이터를 통해 각 후보의 지지층을 분석해 보자. 전문 여론조사 회사인 유거브(Yougov)는 최근 들어 미국 대선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바로 각 대선 후보 지지층에 관한 개인적 성향을 분석한 자료다. 이 자료에 의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인들(9296명)은 주로 연령대가 높은 편(45세 이상)에 속하며 도시에 거주하지 않고 있는 남성들인데 직업은 방위산업·군 또는 건축업계와 연결돼 있고 평균 소득은 5만~99만 달러 정도다. 전미스톡자동차경주협회(NASCAR) 외에도 미식축구를 즐기며 낚시와 정원을 가꾸는 일을 취미로 가지고 있다. 음식은 돼지고기 구이와 햄버거 또는 햄 샌드위치를 좋아하며 강아지를 애완동물로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성격은 자신감 넘치며 상냥하고 신의 존재를 중요히 생각한다. 그러나 고집이 세고 직설적이며 성격이 강한 편이다.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는 카벨라스나 랭글러 또는 디키스이며 선호하는 식당은 칙필레이나 크래커 배럴, 아비스 등이다. 폭스와 역사채널을 즐겨 관람하며 쇼핑은 샘스 클럽에서 하고 GMC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영화 중엔 ‘아메리칸 스나이퍼’ 또는 ‘십계’를 높게 평가하고, 가수 중에는 컨트리 가수 토비 키스 또는 딘 마틴,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좋아하는 연예인 중에는 방송 아나운서 러시 림보, 시트콤 ‘프렌즈’에 출연한 맷 르블랑,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있다. 스마트 폰 앱 중엔 우버(Uber)가 깔려 있을 것이고 폭스 채널과 관련된 여러 가지 앱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TV를 주당 평균 26∼30시간 정도 시청하며 인터넷은 11∼15시간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클린턴, 장년 여성층이 지지
클린턴의 경우 연령대가 높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다수이고 직업은 예술·문화 계통이나 교육 또는 공무직이 많고 1년 평균 소득은 2만∼4만9000달러 수준이다. 음식은 새우볶음밥이나 사그 파니르 또는 베이글, 치즈케이크 및 채소를 즐겨 먹는가 하면 애완동물 중엔 물고기를 선호한다. 성격은 친절한 편이며 걱정도 많고 정리정돈을 하기 싫어한다. 의류 브랜드 중엔 랜즈 앤드나 갭 또는 리즈 클레이본을 좋아하며 식당 중엔 처치스 또는 보스턴 마켓이나 파네라 브레드를 즐겨 다닌다. 쇼핑은 트레이더 조스에서 자주 하는 편이며 현대자동차를 주로 몰고 다닌다. 텔레비전 채널 중엔 MSNBC, CNN, CBS와 HBO를 즐기며 영화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만든 ‘불편한 진실’이나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 그리고 ‘볼링 포 콜럼바인’을 즐겨 본다. 음악은 힙합이나 록을 즐겨 듣는다. 비욘세, 리애나, 콜드플레이를 좋아하고 연예인 중엔 조지 클루니, 존 스튜어트나 올랜도 블룸을 좋아한다. 스마트폰엔 우버 또는 CNN, 공영라디오 NPR 앱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1주일에 TV를 50시간 이상 시청할 가능성이 높고 인터넷은 46∼50시간 정도 사용한다.
4. 밀레니얼 세대는 어디로?
위에서 제일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두 후보의 지지층이 높은 연령대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즉 클린턴과 트럼프는 높은 연령대 유권자들의 표를 가르고 있으며 낮은 연령대, 소위 밀레니얼(millennial·18∼34세)세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밀레니얼 유권자들은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유지해 왔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 퍼블릭 어페어스(IPSOS Public Affairs) 사장인 클리퍼드 영에 의하면 밀레니얼 세대 중 91%가 고등학교에서 동성애 교사를 고용하는 것을 지지하는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50%만 지지한다고 했다. 인종적인 면에서도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더욱 다양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백인 비율이 76% 정도 되는가 하면 밀레니얼 세대는 56% 정도다. 어떻게 보면 진보적인 밀레니얼 세대는 클린턴에게 호감을 갖기 마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 9월 8∼13일 진행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18∼34세의 클린턴 지지율이 31%였고 트럼프의 지지율은 26%였으며 자유당 후보인 게리 존슨의 지지율은 29%였다. 클린턴에 대한 지지율이 낮았던 이유는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버니 샌더스(버몬트·위 사진 오른쪽) 상원의원에 비해 불평등 문제에 대해 민감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고액 유료 비공개 강연에 대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이러한 의심을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샌더스 의원이 없는 본선에서는 클린턴을 지지하기보다 오히려 자유당 후보인 존슨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클린턴의 신뢰성이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존슨에 대한 평가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 존슨은 TV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알레포가 어디에 있는지 또는 북한의 지도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실수 발언을 통해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
5. 샌더스와 오바마가 필요해
클린턴의 경우, 샌더스 상원의원과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메시지는 제3당을 지지하는 것은 바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후회할 선택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메시지에 효과가 있어 보인다. 퀴니피액대가 10월 5∼6일 진행한 조사에서는 18∼34세 중 클린턴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48%, 트럼프는 27%, 그리고 존슨은 11%였다. 클린턴의 지지율이 존슨에게서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클린턴이 이들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부풀어 오른 거품은 남은 한 달 사이에 쉽게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도 관건이다. 지난 2012년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밋 롬니 후보를 상대로 18∼34세 유권자들의 표를 60% 정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지지 추세가 지난 대선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례를 따라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시카고대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클린턴은 18∼34세 흑인과 아시아계 사이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히스패닉계의 지지가 43%다. 백인 지지율은 트럼프와 동등한 27%를 유지하고 있다. 즉 클린턴의 젊은 지지층 늘리기 작전은 백인 밀레니얼 세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중 약 14%의 젊은이들은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클린턴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불평등 그리고 높은 대학 학비에 대한 문제를 풀어주는 정책을 강조하며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들이 의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이 좋은 기회였지만 클린턴은 이러한 이슈들을 언급하기보다는 트럼프의 음담패설 문제와 인격을 공격하는 데 주력했을 뿐, 젊은 유권자들을 향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남은 한 달 동안 클린턴은 젊은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3차 토론이나 선거 연설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정책 제안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클린턴이 첫 번째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위해선 밀레니얼의 지지가 필수적인 조건이 될 것이다.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교수·제임스 김 아산정책硏 워싱턴사무소장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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