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 꼬마’구했던 구조대
시민 2700여명으로 구성돼
“이제 전투기 소리만 들어도
파괴규모 어느정도인지 알아”

활약영상 퍼지며 전세계 감동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 실패에
“내년엔 받길” 청원 서명 운동


폐허 더미 속 갓난아기를 구조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영웅으로 떠오른 시리아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은 2016년 노벨 평화상 수상에 실패했다. 그러나 올해 30만 명 이상이 하얀 헬멧의 노벨상 수상 청원에 참여한 데 이어 벌써부터 2017년 노벨 평화상 수상 청원 운동이 시작되는 등 이들을 향한 전 세계의 응원은 쇄도하고 있다.

11일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은 시리아 내전에서 6만 명 이상의 사람을 구해낸 시리아시민방위대(SCD) 하얀 헬멧을 ‘시리아의 영웅’이라 소개하며 이들의 활약상을 보도했다.

한때 재단사, 목수, 교사, 학생 등 평범한 시민이었던 대원들은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를 비롯한 민간지역도 무차별 폭격하면서 자발적으로 이웃들을 구하기 위해 뭉쳤다. 2013년 정식 조직을 갖춘 하얀 헬멧의 대원 수는 현재 2700명에 이른다. 지난 8월 알레포 폭격 현장에서 잿더미를 뒤집어쓴 채 발견된 다섯 살의 ‘알레포 꼬마’ 옴란 다크니시를 구한 것도 하얀 헬멧이었다.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폭격 속에서 대원들이 발견하는 대다수 사람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시신이다. 일일이 무덤을 만들 수도 없어 인근 공원의 무덤 하나에 시신 10구를 한꺼번에 묻곤 한다.

하얀 헬멧을 이끌고 있는 라에드 알 살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소리만 들어도 어떤 전투기인지 알 수 있다”며 “파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르 알 셀모 구조대장은 간혹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잘려나간 아이의 손을 발견하기도 한다며 “그런 밤이면 이 손은 오늘 아들, 딸을 잃은 어느 가족의 아이 손일까 생각하곤 했다”고 말했다.

최근 시리아인권관측소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 3월 이래 누적 사망자 수는 30만 명을 넘어섰다. 희생자 30만1781명 가운데 민간인이 총 8만6692명이고 어린이도 1만5000여 명이나 희생됐다. 하얀 헬멧 대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최소 130명의 대원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고 대원 가운데 6명 중 1명은 구조 중에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셀모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있기 전엔 장례식도 싫어했고 피를 보는 것도 싫어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덤덤하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내가 철로 된 인간이 된 것 같다”며 “살인, 학살은 평범한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영국, 미국 등의 서방국가들이 하얀 헬멧에 기본적 장비와 기금 등을 지원하긴 하지만 대원들이 받는 돈은 월 150달러(약 16만 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구조대원들은 순전히 생명을 구하는 보람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알레포 지역 대원인 압도 알 아타르는 “어린아이나 노인이 폐허 더미 밑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들이 내 눈을 보며 희망을 품고 도움을 요청할 때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8일 알레포에 대한 즉각적인 공습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이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된 데 이어 11일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대대적 공습으로 어린이 4명을 포함한 민간인 16명이 숨졌다.

알레포 지역에서 대원들을 이끌고 있는 셀모는 전쟁이 끝난다면 무엇이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집으로 돌아가 영원히 잠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얀 헬멧의 노벨상 수상을 위한 온라인 청원 서명은 해당 사이트(https://nobelpeaceprize.whitehelmets.org)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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