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박근혜정부 기간에만 두 차례 핵실험을 한 데 이어 탄도미사일 개발에 급진전을 이루면서 한반도가 전대미문의 위기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은 올 들어 열 한 차례나 탄도미사일을 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직접적·실질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에서는 ‘선제 타격’을 넘어 ‘예방 타격’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는 다양한 차원에서 외교적·군사적·경제적 대응책이 모색되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북한에 대한 정보다. 정보가 있어야 제대로 된 대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핵·미사일 공격 등 군사적 측면에서는 분초를 다투는 시급성과 정확성이 생명이고, 다국적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향해 3국 군사정보협정 체결을 ‘애걸’하다시피 하는 이유다. 워싱턴 조야(朝野) 분위기에 정통한 우정엽 박사는 “한·미·일이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려면 한·일 간에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우선 체결돼야 한다는 게 미국 측 견해”라고 전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사무소장을 지낸 그는 미국 전문가들과 협력해 중국 훙샹(鴻祥)그룹의 대북 커넥션을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측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 조기 해결을 압박한 것도 GSOMIA의 정서적 걸림돌을 없애려는 의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일 간에 협정이 맺어지면 대북 인적 첩보와 감청·도청 정보, 유사시 적항공기나 함선 위치정보 등이 공유된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탄도미사일 발사 때 우리나라 이지스함이 서해에서 탐지한 정보를 곧바로 일본에 전달, 대응 태세를 갖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 또한 일본이 수집한 첨단신호 정보 등을 활용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일본은 정찰위성만 6기를 운용하는 등 군사정보 수집의 최강국에 속한다.
한·일 GSOMIA 체결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협정안은 이명박정부 말기이던 2012년 6월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법제처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유권해석까지 내렸다. 그러나 야당이 동의를 요구한 데다, 대선 정국에 “과거사를 사과하지 않은 일본과 군사협력을 할 수는 없다”는 여론에 밀려 공식서명 직전 좌절됐다. 박근혜정부 들어 북한 위협이 급속히 고조하자 2014년 막바지인 12월 29일‘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이라는 형태의 응급조치가 취해졌다. 이 약정은 정보의 범위가 국한되고, 한·일 간의 직접 공유 없이 미국을 통하도록 해 비준 절차와 반일 여론을 비켜갔지만 효율 면에서 크게 떨어진다.
일본은 지난 9월 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어 사흘 후 한·일 국방장관 전화 회동에서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지난 9월 19일 뉴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병세 외교장관과 한민구 국방장관 등 정부 인사들은 한결같이 “국회와 국민의 충분한 이해와 협조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평상시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과 국민 정서를 존중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다. 그러나 현시점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전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면서 5000만 국민의 안위가 위태로워지는 비상시국이다. 한·미·일이 북한 관련 군사정보를 공유하며 촘촘히 추적하지 않으면 동북아 안보는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무너진다.
대통령학 권위자인 미국 정치학자 리처드 뉴스타트는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에서 나온다”고 정의한 바 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각의 반발이 장애물이라면 박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야 한다. 그런 노력을 거쳐 오는 11월 도쿄(東京)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야당의 대선 주자들은 북핵은 외면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론을 꺼내고,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자는 주장까지 한다. 새해가 되면 더할 것이다. 그 전에 GSOMIA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를 위한 윤 장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장수 장관이라는 것 자체가 명예는 아니다. 점증하는 위기에 대한 차원이 다른 대응책을 만들지 못한다면 장관직에 오래 머문 것이 되레 치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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