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노트7이 기대와는 달리 출시도 제대로 못 해보고 단종(斷種)됐다. 한국,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출시된 갤럭시노트7은 발화(發火)의 문제로 출시 후 리콜로 들어갔고 새 제품마저 다시 문제가 불거져서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당하고 말았다.

휴대전화처럼 피 말리는 경쟁을 속도전으로 치르는 산업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동차도 매년 새 모델을 출시한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기본은 그대로 둔 채 대부분 외장의 디자인과 미세한 변형만 한다. 그에 비해 휴대전화는 짧은 기간에 많은 새로운 기능과 혁신을 도입해야 한다. 경쟁사 애플과는 달리 삼성은 많은 종류의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봄·가을로 연간 2번이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는 점에서 혁신의 속도 압박감은 미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다른 공산품과 달리 휴대전화는 늘 우리 몸에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신체적 위해(危害)의 가능성이 있고, 늘 필요한 기기이며, 자신의 전화기가 아니면 많은 불편이 따른다는 점에서 다른 제품보다 리콜과 교환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리콜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다시 리콜 또는 단종 사태를 맞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사태다. 첫 리콜에 들어갔을 때 고객들은 삼성을 믿어 주었다. 그래서 대다수 고객은 환불보다는 교환을 택했다는 점에서 삼성은 이번 사태를 뼈아프게 새기고 신속하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우선은, 피해를 본 고객들이 항구적으로 삼성을 떠나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갤럭시노트의 고객은 가장 고급 제품을 선택하며 신제품을 먼저 구매하고 여론을 주도하며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의 고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번 사태가 심각한 브랜드 가치와 회복 불능의 항구적인 고객 신뢰의 훼손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록 단종됐더라도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찾고 해결했다는 능력과 증거를 시장에 신속히 제시해야 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내년에 나올 신제품의 조기 출시를 주장하지만, 후속 기종은 대부분 앞선 기종의 좋은 기능들을 이어받기 때문에 다음 신제품이 이번 갤럭시노트7의 문제마저도 승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를 제대로 찾고 해결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급한 불을 끄고 나서, 삼성전자는 많은 것을 보다 근원적으로 재고해야 할 것이다. 과연 지금처럼 애플과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경쟁하고, 중국의 저가폰 시장에서도 경쟁하는 다품종 생산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일부 제품은 애플처럼 완전한 글로벌 하청 생산으로 생산 공정의 위험을 축소해야 하는 것인지, 경쟁사보다 2배의 속도로 반년 주기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속도전이 문제를 일으킨 원인은 아닌지 등 휴대전화의 모든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관리의 삼성’으로 칭송받는 삼성에서 왜 이런 치명적인 관리 부실 사고가 반복됐는지, 혹시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조직 문화와는 관련이 없는지에 대해 진솔한 성찰 또한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4% 가까울 정도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의 한국을 전 세계에 대표해 국민적 자부심을 키워준 소중한 기업이다. 그만큼 삼성전자는 근본적인 성찰과 혁신을 통해 이번 사태를 극복하고 신경영이 만들었던 놀라운 신화의 창조에 다시금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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