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일본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한국인 BC급 전범자 모임인 동진회 이학래 회장의 스가모형무소 출소 6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인 전범자 전후보상 문제의 조기 해결을 촉구하는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에는 동진회 관계자와 중의원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등 국회의원 6명과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 및 일반 시민 70여 명이 참석했다. 동진회는 한국인 BC급 전범(戰犯)들이 출소 후 생활 보장,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기 위해 결성된 조직이다.
한국인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후 전범재판에서 148명(사형 23명, 징역형 125명)이 전범 판결을 받았다. 수감자 중 29명은 1952년 4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돼 일본 국적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스가모형무소에서 계속 복역했다. 석방된 이후, 일부 한국인 전범자는 식민지 시기 일본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한국 입국이 거부됐으며, 일본에서는 한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고, 생활고로 자살하거나 출소를 거부한 사람도 있었다.
포츠담선언에 따라 설립된 극동국제군사재판소는 전쟁범죄를 A·B·C급으로 구분했다. A급 전범은 평화에 대한 범죄로 침략전쟁의 계획, 준비, 공동 모의, 개시, 추진을 주모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다. B급은 통상의 전쟁범죄로 포로 학대 등 전시 국제법의 교전법규 위반 범죄, C급은 인도에 대한 범죄로 일반 국민에 대한 대량학살, 노예화 등의 비인도적 행위 범죄다. 실질적으로 B급과 C급 전범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일괄하여 BC급 전범이라고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제국 군대의 일원으로서 전쟁을 수행한 한국인 BC급 전범들은 1955년 동진회를 결성하고 일본 국회 진정, 재판 청구, 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해 일본 정부에 대해서 처우 개선, 사죄, 국가 보상을 요구했다. 동진회 결성 당시 회원은 70명이었으며, 현재 일본 거주 생존자는 4명이다. 일본인 BC급 전범은 복역 후 일본 정부로부터 공무를 수행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은급법(恩給法) 및 원호법(援護法)에 따라 보상을 받고 있다. 한국인 BC급 전범이 일본 군대의 일원으로 전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그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인 전범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가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일본 법원으로부터 3번(1996.9.9, 1998.7.13, 1999.12.20)이나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으나, 최고재판소에서 은급법과 원호법은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그러나 최고재판소 판결문에서 한국인 전범들에게 “심각하고 막대한 희생과 손해를 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입법부에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5년 3월과 5월 참의원 예산위원회, 외교방위위원회에서 민진당 소속 후지타 유키히사(藤田幸久) 의원이 한국인 BC급 전범 문제를 질의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초당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2016년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매우 적극적으로 법률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의원연맹 소속 한국 국회의원도 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국인 BC급 전범의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할 의사를 밝힌 것은 한·일 간에 또 다른 미해결 과제인 이 문제의 해결 필요성을 자민당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작지 않다.
그러나 한국인 전범에 대한 보상 법안은 한국인 BC급 전범의 문제를 식민지 지배 및 강제동원에 대한 청산이 아니라, 일본제국 군대의 일원으로서 전쟁 수행에 협력했음에도 일본인에 비해 보상 면에서 차별받는 문제의 해결이라는 차원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민 개인의 전쟁 피해에 대한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일본군 군인·군속이었던 재일 한국인에 대한 위로금 지급(2001), 한센병 피해자에 대한 보상(2007), 피폭자 건강수첩 해외신청 인정(200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2015) 등 최소한의 해결에 협조한 바 있다. 한국인 BC급 전범에 대한 보상 문제도 인도주의 차원에서 조속히 해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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