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인왕산 자락에 버려진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만든 윤동주 문학관.
서울 종로구 인왕산 자락에 버려진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만든 윤동주 문학관.

- 종로구, 도시재생사업 박차

낡은 기반시설에 상권도 쇠퇴
문화재 보존탓 개발제한 발목
예술자원 활용 종로 변신 나서

세종마을·창신·부암·평창지역
미술·도서관 등 지어 명소되니
사람 모이고 일자리까지 창출


서울 종로는 1394년 조선이 한양으로 도읍을 정한 이후 정치와 행정, 역사,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강남개발 정책이 본격화되고, 1980년대 이후 경제와 교육의 중심이 강남으로 옮겨가자 상주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처지가 됐다. 각종 문화재 관리와 보존에 따른 개발 제한 등도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그로 인해 구도심의 기반시설이 노후해 상권은 쇠퇴하고, 주거환경은 열악해져 도시의 기능이 떨어지는 상황이 됐다.

종로구의 최대 고민은 여기서 비롯됐다. ‘낙후된 도시의 개발’과 ‘역사문화유산의 보존’이란 상반된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것. 건축가 출신의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그 해법으로 제시한 게 바로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이다.

종로는 전통문화 유산과 위인들의 생가터가 많고, 많은 문학·예술가가 살면서 작품활동을 한 본거지다. 구에선 이런 지역의 역사, 문화예술 자원을 바탕으로 세종마을, 창신·숭인지역, 부암·평창(자문밖·자하문의 바깥이란 뜻)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도시 재생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초의 한옥 공공도서관으로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문학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청운문학도서관.
최초의 한옥 공공도서관으로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문학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청운문학도서관.

세종마을은 성공한 도시재생의 대표적 사례다. 재생사업 이전엔 특색이 없는 조용한 동네에 불과했다. 지금은 전통시장에서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한 통인시장, 버려진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이용해 건립한 윤동주 문학관,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인 박노수 가옥에 설립한 박노수 미술관, 오진암을 복원한 전통문화시설 무계원, 청운문학도서관 등 문화 인프라를 구축한 결과 종로의 관광명소로 변모했다.

구 관계자는 “종로의 역사와 문화를 재구성한 결과 사람이 다시 찾아오고, 사람이 모이니 카페와 공방, 음식점이 생겨났으며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동네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 기법은 창신·숭인지역에도 도입됐다. 이곳은 뉴타운 사업이 해제된 후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도시재생 선도지역’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 문화·역사 테마가 있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부암동·평창동 일대는 홍지문, 탕춘대성, 세검정 등 다수의 문화재를 포함한 사찰, 유적지가 보존돼 있으며, 유명 문화예술인들이 거주하는 등 다양한 문화예술자원이 풍부하다. 이러한 물적·인적 자원을 연계해 예술인들과 주민이 소통하고 나누는 공동체적 예술마을 ‘자문밖 창의예술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 구청장이 종로구 재생사업을 위해 두 번째로 도입한 개념이 ‘건강도시사업’이다. 보건·복지·환경·문화 등 구정 전 분야에 건강도시 개념을 도입한 종로구는 지난 7월 사업의 컨트롤타워격인 ‘도시건강팀’을 신설했다. 주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친환경 보도블록 설치, 안전골목길 디자인, 생명존중 자살예방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녹색건강 확충으로 자연 생태계를 향상시키는 ‘도시농업’도 건강도시 사업 중 하나다.

김 구청장은 “역사,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 품격을 높이는 것은 도시 경쟁력 향상뿐만 아니라 600년 역사문화도시 종로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며 “아이들이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조성, 많은 사람이 머물고 다시 찾는 종로를 만드는 것이 종로가 꿈꾸는 지속성장 가능한 도시”라고 말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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