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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김준경 KDI 원장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현재 한국 경제는 북한 핵 개발 등 ‘안보 위기’,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 위기’까지 겹치면서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 상황의 본질과 그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원장 인터뷰를 연속 게재한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우리나라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난망(難望)한 일이고, 내수도 규제, 과보호,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유착 때문에 경쟁을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며 “한국 경제는 현재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김 원장은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현실을 아무리 살펴봐도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정치 시즌(season)을 맞아 답을 알아도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경제, 어떻게 보나.

“2014∼2015년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의 영업이익률도 외환위기 직후인 1997∼1998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수출은 외환 위기 때보다 더 긴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올 8월 겨우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9월 다시 5.9% 감소세를 기록했다. 제조업 매출액 2년 연속 마이너스와 수출 증가율 마이너스는 직결돼 있다. 수출 기업이 정신 바짝 차리고, 구조조정을 빨리 해야 한다.”

―내년에도 수출 회복이 어려운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세계 경제에서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은 그동안 구조조정이나 구조개혁을 등한시해왔다. 미국을 제외하면, 일본은 아무것도 못 하고 있고, 중국이나 유럽도 어렵다. 현재 세계 경제는 ‘저성장, 저생산성, 저물가’ 상황에서 빚만 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빚이라는 게 성장이 뒷받침되면 문제 될 게 없는데, 성장이 받쳐주지 않으니까 빚 갚기가 아주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경제나 세계 경제나, 지금 내 눈에는 빚만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현재 세계 경제의 채무 수준이 사상 최고라는 보고서를 내놓지 않았느냐.”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특히 중요한데.

“한·중 경제통합의 핵심은 우리나라가 주로 부품을 수출하고, 중국 근로자들이 부품을 조립해서 다른 나라로 수출하거나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 비중은 5%도 안 되는 반면, 부품 수출은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과잉 투자를 하고, 기업 대출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과잉 대출이 부실 채권이 됐다. 현재 중국 경제는 딱 두 마디로 요약된다. ‘부실 투자, 부실 채권’이다. 중국이 과잉 투자와 부실 채권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못 하고 있다. 중국이 투자를 하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부품 수출이 가능하겠는가. 그동안 우리나라 제조업은 대중국 수출로 잘 버텨왔는데, 이제는 정말 구조조정을 포함해 큰 변신을 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들도 이런 절박한 상황을 알아야 한다.”

―내년 12월 대통령선거도 있어서 구조조정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요즘은 상시적으로 ‘정치 시즌’이지 않나.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가 답을 알고 있는데도 이해 당사자들의 ‘내 것은 못 내놓겠다’, 이런 태도 때문에 좋은 정책(good policy)이 집행되지 못하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유럽이든, 일본이든 다 마찬가지이기는 한데, 결국 누가 좋은 정책을 먼저 집행하느냐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정책을 빨리 집행하면 희망이 있는 것이고, 늦으면 희망을 찾기 어려운 것이고….”

―수출 부진을 내수에서 보완할 수는 없나.

“내수는 수출이 안 되니까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약해져서 어려운 것이다. 서비스산업은 정말 규제, 과보호,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유착, 이런 것 때문에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제조업보다 훨씬 적은 상황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의료서비스, 법률서비스 등 서비스업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살 길이 열리는데, 경쟁이 안 되고, 각종 규제도 있고, 여러 가지 정보 공유도 안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할 수 있겠는가.”

―어떤 일이 가장 시급한가.

“우리나라의 ICT 기반이나 의료서비스, 이런 것은 사실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미국은 혁신 기업에 관대하다. 소위 ‘사후 규제’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기술 창업을 하면, 일단 시도하라고 용인해 준 뒤, 사후에 성과가 나면 허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도 ‘우버 택시’ 같은 게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반대가 많았겠는가. 그런데도 일단 용인해주니까 가능하지 않으냐. 의료서비스는 정말 안타까운 분야다. 미국은 지금 빅데이터를 의료 부문에 접목,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금 난리가 났다. 슈퍼컴퓨터에 수백만 명의 환자 기록, 진료 기록, 의학도서관이 다 들어갈 분량의 논문을 넣은 뒤, 최근에는 개인의 유전자 정보, 음식물 섭취 습관, 운동 등 생활 정보까지 넣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의 전산시스템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데다,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 정보를 공유하는 데 국민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이런 새로운 시장 개척이 불가능하다. 주민등록증은 세금 관련 정보만 넣고, 의료만 따로 전자보험증을 만들거나 해서 식별 체계를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법률서비스도 우리나라가 개방하고 경쟁만 시키면 중국 시장 등에서 얼마든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저는 한국 경제에 ‘대탈출’의 기회는 있다고 본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잠재력이 큰 나라는 찾기 어렵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ICT나 의료 산업 등은 지금도 분명 미국보다 앞서 있다. 예컨대, 테슬라가 전기차를 제너럴모터스(GM)와 만들고 있는데, 배터리는 LG화학, 삼성SDI 등에서 공급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은 빨리 개선해야 한다.”

조해동 기자 ha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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