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배지 달고 처음 낸 시집
“아수라 같은 정치판에서
詩心잃지않는게 어려웠다”
“국회에서 왜 시를 못 쓰나. 아수라, 진흙탕에서도 연꽃은 핀다.”
시인 출신 도종환(더불어민주당·사진) 의원이 신작 시집 ‘사월 바다’(창비·책 표지)를 출간했다. 전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2011년) 이후 5년 만에 낸 시집으로, 그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처음 쓴 시들이 담겼다.
국정감사 후 잠시 충북 보은의 한 산방에 머물고 있는 도 의원은 17일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2012년 처음 국회에 들어올 때만 해도 문학계 주변에선 나에게 ‘너의 문학은 끝났다’고 경고했지만 나로선 국회 일도 열심히 하고 문학도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아수라 같고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서 정신을 온전히 하면서 시심(詩心)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4부 67편으로 구성된 사월 바다에는 정치인으로 변신한 시인의 고뇌와 몸부림이 곳곳에 배어 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소음의 물결에서 벗어나/적막이 들판처럼 펼쳐진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네/자작나무들과 이야기하고/민들레꽃과도 말이 통하면 좋겠네’(나머지 날),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여기까지 왔다/멈추자 멈추어야 한다 하면서/오늘도 다리를 건넜다/(…)/회초리로 나를 때리며 새운 밤도 많았다’(업연).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때의 감정도 진솔하게 표현했다. ‘욕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 던지지 못하고/분을 못 이겨 씩씩거리며 오는데/들국화 한 무더기가 발을 붙잡는다/(…)/욕망을 다스리는 일보다/화를 다스리는 게 더 힘든 거라고’(화).
하지만 도 의원은 시인으로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치열한 싸움을 통해 절망과 슬픔을 몰아낼 의지를 보여준다. ‘오라 운명이여/한낮의 모래언덕과 초저녁의 푸른 초승달과/내게 오는 운명을 사랑하리라’(아모르파티). 그는 “사실 정치가 시작(詩作)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파블로 네루다, 빅토르 위고, 괴테는 정치가이자 행정가로 활동한 후 더욱 훌륭한 작품을 썼다. 정치하면 삶도 문학도 망가진다는 편견을 깨겠다”고 강조했다.
시와 정치, 또는 한국 정치에 관한 시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은 연작 시 ‘서유기’다. 오공·팔계·오정·삼장의 4편으로 이뤄진 시를 통해 도 의원은 희망을 모색한다. 그는 “불교에서 말하는 악한 세상의 ‘오탁’(五濁) 중 2가지인 겁탁(劫濁·전쟁과 기아)과 견탁(見濁·그릇된 견해)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삼장법사가 천축으로 가기 위해 천방지축 오공을 데려가듯이 겁탁과 견탁도 결국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들”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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