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우리 일자리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가 늘어나는 속도는 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창조적 파괴가 기다리고 있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 회장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대한민국’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밝히며 “한국 정부와 국회에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옛것을 보호한다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게 아니다. 과거를 보호하면 고통은 미래로 이전될 뿐”이라며 “교육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해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의 민첩한 대응도 거듭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쓰나미…정부·국회, 기술 진보 지원해야”= 슈바프 회장은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으로 변화의 속도를 꼽았다. 그는 “1차 산업혁명은 100년이 걸렸고, 2차 산업혁명은 그보다 빨랐으며 3차 산업혁명은 40년도 채 안 됐다”며 “지금 4차 산업혁명은 엄청난 속도의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고 했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가리켜 ‘시스템 혁명’이라고 지칭했다. “우버, 에어비앤비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제품 혁명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바뀌는 혁명”이라는 것이다. 이어 “개별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의 혁명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상호 융합되고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슈바프 회장은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바꾸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자체를 바꾸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광산회사 CEO도 3D프린팅으로 공급체계가 달라져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 공급과 유통, 일자리에 있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 기술이 탄생해도 수십 년이 지나서야 규제가 만들어지는 게 지금까지 추세였다. 입법과정에도 수십 년이 걸렸다”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입법기관 간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기술적 진보는 그에 맞는 입법시스템이 있어야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기술변화를 이해하고 입법을 통해 기술적 진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업, 열린 마음을 갖고 변화에 적응해야”= 슈바프 회장은 우리 제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도 4차 산업혁명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 3차 산업혁명에서 파생된 산업군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철강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융합돼 오히려 발전할 수 있다”며 “한국은 이런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아주 좋은 근간을 갖고 있다”고 했다.
슈바프 회장은 “한국도 기존 기업들이 열린 마음을 갖고 이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의 모든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국 대기업에 대해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산업구조는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대기업은 이제 거대 물고기가 아니라, 작은 물고기들의 조합으로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빠르게 움직이는 물고기들의 조합을 만드는 것이 한국 대기업들의 숙제”라고 했다.
한국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신생기업이 얼마 되지 않는 데다 100%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날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던 그는 “경직성이 없는 신생기업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기업가가 돼야 한다”고 고언했다.
◇주목받는 ‘시스템 리더십’=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기 위해 ‘시스템 리더십’을 주문했다. 그는 “앞으로 단순히 칸막이식 사고, 수직적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다. 수평적 사고를 통해 시스템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율주행 자동차는 자동차 제조업뿐만 아니라 보험과 지리 등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앞으로는 전체를 망라할 수 있는 시스템 사고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 국회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를 당부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좌파와 우파 간 차이가 좁아지고, 새로운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며 “옛것을 지키고자 하는 정당과 새 변화의 문을 열고자 하는 정당 간의 차이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한국은 더 열린 자세를 갖고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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